“일본 패키지여행 상품 예약 인원이 7만4524% 뛰었다” 지난 18일 야놀자의 여행 자회사인 인터파크가 낸 보도자료다. 지난해 10월 11일 이후 3개월간 예약 실적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엄청나게 성장했다는 내용이었다. 숫자만 보면 그야말로 역대급 실적이다. 하지만 인터파크가 비교 대상으로 삼은 1년 전 일본은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이 엄격히 금지되던 때다.
롯데관광개발도 이달 15일 비슷한 맥락의 언론사용 보도 자료를 냈다. “롯데홈쇼핑을 통해 진행한 ‘북유럽 비즈니스 패키지 10일’ 상품이 60분 만에 3250콜이 몰려 약 2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30일 “전화 주문 건수에 상품 단가를 곱한 금액”이라며 “270억원 매출은 과장된 수치여서 해당 업체에 구두 경고를 보냈다”고 말했다.
여행 기업들의 과열 마케팅은 작년 초부터 시작됐다. 참좋은여행이 ‘시발점’이었다. 지난해 3월 27일부터 1시간 동안 롯데홈쇼핑을 통해 스위스, 북유럽, 동유럽 여행 패키지를 판매했다. 당시 참좋은여행은 예상 판매 금액이 586억1250만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화 주문 1건당 출발 인원을 2.5명으로 가정한 뒤, 사전 예약자 1만3025만명에 상품 판매가(평균 450만원)를 곱해서 산출한 금액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참좋은여행 측은 “예약자 전원이 여행을 간다는 것을 가정한 최댓값이고, 홈쇼핑 사전 예약자의 실제 여행계약률은 35%가량이므로 실제 상품 판매액은 200억원가량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행업계에선 이마저도 지나치게 후한 예상치라고 지적한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유럽 같은 장거리 상품의 예약 전환율(예약이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은 10~15% 수준”이라며 “게다가 구매가 이뤄진 후에도 절반가량이 취소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판매액을 과하게 잡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관광개발은 아예 전환율을 감안하지 않은 판매 실적을 여과 없이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1월 중순까지 약 한 달간 ‘유럽 3대 비즈니스 패키지’에만 1000억원에 육박하는 홈쇼핑 매출을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전화 주문 건수에 상품 평균 단가를 곱한 단순 예상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여행사를 비롯해 홈쇼핑, 오픈마켓 등 알선, 중개, 대리인 업무를 수행하는 기업이 서비스를 제공해 실제 얼마를 벌었는지를 알려면 수수료 수익을 봐야 한다”며 “여행사들이 발표하는 매출액은 회계상으로는 의미 없는 단순 거래액일 뿐”이라고 말했다. 참좋은여행만 해도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수익(순매출액)이 72억원에 불과했다.
인터파크 역시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자사 항공권 판매액이 지난해 1조원에 육박해 “항공권 1등 플랫폼임을 증명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항공권 판매 실적을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BSP(항공사와 여행사 간 정산 업무를 대행하는 기관) 발권 실적 기준으로, 지난해 1위는 하나투어로 나와 있다.
이처럼 과당 경쟁이 발생하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긴 하다. 야놀자만 해도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인터파크를 인수함으로써 여행과 숙박을 결합한 글로벌 ‘여가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혈안이다. 마이리얼트립 역시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돌려주려면 상장이 필수다. 상장사인 롯데관광개발과 참좋은여행은 호(好)실적은 곧바로 주가와 연결되고, 중장기적으로는 기업 운영을 위해 필요한 각종 금융 조달 비용을 낮추는 효과도 가져다준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 항공권 관련 실적을 과장하거나 왜곡하는 이유는 해외여행이 재개되는 시점에서 새로운 시장 선점을 위한 과열 경쟁 때문”이라며 “과열된 홍보는 소비자들의 선택에 혼선을 줄 수 있어 여행산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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