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 29일 일본인에 대한 비자 제한을 철회한 것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중국과 일본은 역시나 속을 알기 어려운 상대라는 점도 다시금 상기할 수 있었다.
중국은 이달 10일 한국과 일본을 대상으로 ‘비자 보복’에 나섰다. 상대국 조치에 상응한 대응이라는 게 중국의 설명이었다. 한국은 작년 말 중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 중단을 발표했다. 일본은 비자 관련 ‘공식’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며 중국에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것만 봐선 중국의 대응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중국이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비자 보복에 나설 때는 ‘중국 대 한·일’ 구도가 형성됐다. 하지만 이제 중국과 일본은 갈등 요인을 하나 걷어냈다. 이 과정에서 중·일은 상당한 소통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겉으로 싸우면서 물밑에서 협력하는 그들 특유의 관계는 더 끈끈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에 동참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호주와 인도까지 참여하는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일본은 미국의 대중(對中)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에도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면 중국이 당연히 ‘사드 보복’ 수준의 대응을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
중국은 일본이 미국 편에 붙을 때마다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행동에 나선 사례는 극히 드물다. 중국이 이렇게 일본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중국이 미국에 대항하려면 일본만큼은 붙잡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일본은 중국의 이런 사정을 이용해 실리를 챙긴다는 설명이다. 또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중국이 일본을 여전히 강자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중·일 관계는 한국도 참고할 만하다. 일각에선 한국이 중국과 자꾸 각을 세우면 ‘제2의 사드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사드 보복의 망령에 붙들려 있는 이상 한국은 중국의 페이스에 계속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중국은 사드 보복 당시에도 자기가 부족한 부분은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견제가 공고해지며 중국은 더 코너에 몰리고 있다. 한국이 누구의 겁박에도 휘둘리지 않는 당당한 외교를 이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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