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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와 르노가 주도권을 쥐고 있던 일본·프랑스 자동차연합의 지배구조가 24년 만에 대등하게 바뀐다. 프랑스 르노가 일본 닛산자동차의 보유 지분율을 43%에서 15%로 낮춰 두 회사가 서로 동일한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경영난 속에 전기차 전환이 시급한 르노가 닛산 지분율을 낮추기로 양보해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24년 만에 ‘불평등’ 해소
닛산과 르노는 르노의 닛산 지분율을 15%로 낮추는 한편 닛산이 르노가 신설하는 전기차 전문회사 암페어(가칭)에 출자하는 데 합의했다고 30일 발표했다. 닛산은 암페어에 최대 15%를 출자할 방침이다. 닛산이 지분 34%를 보유하고 있는 미쓰비시자동차도 암페어 출자를 검토하고 있다. 닛산, 르노, 미쓰비시자동차 3사 연합은 다음달 6일 영국 런던에서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공동 발표할 계획이다.르노는 1999년 경영난에 빠진 닛산 지분 37%를 6000억엔(약 5조8508억원)에 사들였다. 2002년에는 지분율을 43%까지 늘렸다. 같은 해 닛산도 르노 지분을 15% 인수했다. 2016년 닛산이 미쓰비시자동차 지분 34%를 사들이면서 르노·닛산·미쓰비시 자동차연합이 결성됐다.
세 회사는 표면적으로 ‘자동차연합’ 틀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프랑스 정부와 르노가 주도권을 행사했다. 프랑스 정부는 르노 지분 15%를 갖고 있다.
프랑스는 2014년 상장사 주식을 2년 이상 보유한 주주 의결권을 두 배로 인정하는 플로랑주법을 제정했다. 플로랑주법으로 프랑스 정부의 르노 의결권은 30%로 늘었다. 이후 프랑스 정부는 자국 산업 보호·육성을 명분으로 르노의 일본 연합회사인 닛산을 영향력 아래 두려는 시도를 계속해왔다.
2019년에는 르노와 닛산의 합병을 제안해 일본 측 반발을 샀다. 르노가 43% 지분을 근거로 닛산의 임원 지명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닛산이 끈질기게 지분율 조정을 요구해온 이유다.
전기차 전환 급한 르노의 양보
르노는 줄이기로 한 닛산 지분 28%를 프랑스 금융회사에 위탁해 단계적으로 매각할 계획이다. 닛산은 르노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현지 법령에 의해 의결권을 인정받지 못했다. 르노가 닛산 지분을 40% 미만으로 낮추면 닛산의 르노 보유지분에 대한 의결권이 되살아난다.르노가 닛산 지분율을 대폭 낮추기로 양보한 것은 경영난과 전기차 전환 계획에 따른 자금난 때문이다. 르노는 작년 2월 사업부를 내연기관 차량과 전기차로 분리해 본격적으로 전기차 기업으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전기차 개발을 위해서는 거액의 투자금이 필요하다. 르노가 닛산 지분율을 낮추는 대신 닛산에 전기차 자회사 출자를 요청하게 된 배경이다.
르노가 닛산 지분 28%를 매각하면 6000억엔(약 5조7457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닛산은 르노의 전기차 자회사 지분을 사들이는 데 5억~7억5000만달러(약 7135억~1조703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미쓰비시자동차도 르노 전기차 자회사에 비슷한 규모로 출자를 검토하고 있다. 지배구조 관계가 정리되면 르노는 총 7조~8조원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2021년 닛산과 르노의 세계 판매량은 각각 407만 대와 270만 대로 판매량과 매출 모두 닛산이 앞선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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