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게임 플랫폼으로 관심을 모았던 클라우드 게임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콘솔, PC 등 기존 플랫폼과 비교해 품질이 낮고 이용도 불편한 탓이다. 그런데도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는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통신회선만 있으면 어디서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 게임 특성상 무궁무진한 확장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3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KT는 내달부터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KT 게임박스’의 유료 신규 고객 가입을 중단한다. 기존 가입자는 계속 게임을 할 수 있다.
게임박스는 월 9900원 요금을 내면 스마트폰, PC, 인터넷TV(IPTV) 등에서 게임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다. 2020년 8월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2022년까지 가입자 100만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구작 게임 위주로 서비스가 이뤄지면서 좀처럼 가입자를 늘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는 “대규모 리뉴얼을 준비하고 있어 일시적으로 신규 가입을 받지 않기로 했다”며 “무료 제공 게임은 계속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T뿐만 아니라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들은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이듬해인 2020년 5G 특화 서비스로 클라우드 게임을 일제히 출시했다. SK텔레콤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MS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임을 선보였다. LG유플러스도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 나우를 도입했지만 두 회사 모두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클라우드 게임이 콘솔 게임 위주여서 국내 시장과 잘 맞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구글도 2019년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 스테디아를 내놨지만, 최근 서비스를 종료했다.
게이머들이 불편을 느끼는 지점은 품질이다. 클라우드 게임은 서버에서 게임을 실행하고 통신망을 통해 화면만 실시간 전송하는 방식이다. 통신망에 연결만 됐다면 성능과 관계없이 게임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통신 품질에 따라 그래픽 화질이 들쭉날쭉하고, 서버를 경유해서 신호가 오가기 때문에 아무래도 반응이 더 느릴 수 밖에 없다.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에서 콘솔기기 용으로 제작된 게임을 즐기기 불편한 점도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게임으로 제공되는 콘솔·PC 게임을 즐길 정도의 게이머라면 최소한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등 콘솔 기기나 고성능 PC를 보유하고 있다”며 “클라우드 게임보다 본인의 기기에서 실행하는 편이 화질도 좋고 입력 지연도 없어 훨씬 쾌적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게임을 구입하기 전 ‘맛보기’로 실행하는 용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용자들의 박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글로벌 빅테크의 경쟁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들이 클라우드 게임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확장성이다. 현재는 PC, 스마트TV, 스마트폰 등에서만 게임을 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차량을 비롯해 통신망과 스크린이 있는 모든 장소로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올해 초 열린 CES 2023에서 엔비디아와 소니는 차량용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선보였다.
고성능 게임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그래픽 카드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는 점도 클라우드 게임 시장이 확대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클라우드 게임 시장은 2021년 14억달러(약 1조7000억원)에서 2024년 63억달러(약 7조7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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