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도 싸고 질도 좋다"…쿠팡서 대박 난 킴스클럽 PB [박종관의 유통관통]

입력 2023-01-31 09:58   수정 2023-01-31 13:57


'다른 유통사의 자체브랜드(PB) 상품은 자신의 유통 채널에서 판매하지 않는다.'

이는 유통업계의 암묵적인 룰이다. 이마트의 PB인 '노브랜드'를 쿠팡에서 팔지 않고, 쿠팡의 PB인 '곰곰'과 '코멧'을 이마트에서 팔지 않는 이유다. 최근 들어 유통업계의 이 오래된 룰이 깨지고 있다. 가격은 물론 품질에서도 전문 제조사에서 만든 상품과 비교해 뒤처지지 않는 PB 상품이 등장하면서다. 앞으로 타사 상품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쟁사 PB를 무조건 배척하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쿠팡에서 대박난 킴스클럽 PB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랜드킴스클럽의 PB인 '오프라이스'의 화장지는 1년여 전부터 쿠팡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 화장지는 킴스클럽보다 쿠팡에서 판매되는 양이 더 많다. 'PB는 자신의 유통 채널에서만 판매한다'는 편견을 완전히 깬 사례다.

킴스클럽은 오프라이스 화장지를 기획하면서 '제조사브랜드(NB) 제품보다 싸면서도 질은 좋은 상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담당 MD는 전국의 모든 화장지 제조 공장을 돌다 해외까지 시야를 넓혔다. 펄프 자원이 풍부하면서도 인건비가 저렴한 인도네시아에서 조건에 맞는 공장을 찾았다. 10m당 가격이 화장지 전문 제조사에서 만든 제품보다도 15~30% 저렴한 오프라이스 화장지가 탄생한 배경이다.

오프라이스 화장지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화장지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자 킴스클럽은 과감하게 유통사 사이의 장벽을 뛰어넘기로 결정했다. "경쟁사 PB 상품이라도 값이 싸고 질이 좋으면 받아들이겠다"는 쿠팡과 합이 맞았다. 쿠팡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킴스클럽 PB 화장지는 올해 판매량 200만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킴스클럽 관계자는 "오프라이스의 화장지뿐 아니라 다른 상품들도 킴스클럽 외 경쟁 유통사를 판매 채널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며 "홍콩 등 수출 판로를 확보해 글로벌 시장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PB서 시작해 독립 브랜드로
다만 유통사들 사이의 장벽이 아직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다. 특히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대형마트들은 '자신의 채널에선 자사 PB만 판매한다'는 원칙을 고집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PB가 소비자들을 점포로 끌어들이는 주요 미끼 상품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해외로 PB 상품을 수출하고 있다. 이마트는 중국에 20여개, 미국에 50여개 현지 유통업체를 통해 노브랜드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에선 항공사 진에어 기내식으로 노브랜드 과자를 납품하는 것 외에는 다른 업체에 노브랜드 상품을 공급하지 않는다.


오프라인 점포가 없는 홈쇼핑업체들의 상황은 정반대다. PB를 경쟁 유통사에 적극적으로 입점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홈쇼핑 PB로 시작해 정식 브랜드로 성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CJ ENM 커머스 부문(CJ온스타일)의 PB '오덴세'가 대표적이다.

리빙 브랜드 오덴세는 CJ온스타일의 PB로 시작해 현재는 백화점 3사에 모두 입점하는 등 NB와 견줘도 뒤처지지 않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CJ ENM은 올초 자회사인 브랜드웍스 코리아에 오덴세를 비롯해 패션 브랜드 다니엘 크레뮤 등의 영업권 등 유·무형 자산을 모두 양도했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오덴세는 PB로 시작해 정식 브랜드로 성장했다"며 "앞으로 경쟁력 있는 PB를 키워 다양한 신규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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