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임대료 감면 제도를 둘러싼 면세점업계와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의 갈등이 법적 공방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그랜드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이날 인국공에 임대료 감면 혜택을 연장해 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서를 보냈다.
내용증명서에는 인국공이 임대료 지원 중단 조건으로 내건 상황까지 여객 수요가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인국공이 임대료 감면 혜택을 종료하기로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인국공은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 3월부터 고정 임대료 대신 매출액에 연동해 임차료를 받았으나, 해당 지원을 종료한다고 지난해 12월 면세업계에 통보했다.
임대료 감면 제도를 실시할 당시 인국공은 2022년 말 여객 수요가 코로나19 이전의 80%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임대료 지원 일몰을 정했다. 문제는 코로나19라 장기화하고 면세업계의 실적 회복이 더뎌지면서 면세업계의 반발이 커진 것이다.
면세업계가 내세우는 법적 근거는 민법 제628조다. 해당 조항은 "임대물에 대한 공과부담의 증감 기타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하여 약정한 차임이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때에는 당사자는 장래에 대한 차임의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매출이 정상화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국공이 요구하는 임대료가 상당(적정)하지 않다는 것이 면세업계의 주장이다.
임대료 감면 혜택이 종료되면 현재 한 달 매출이 6억원 수준인 그랜드면세점은 매달 8억원의 임대료를 납부해야한다. 대기업인 신세계면세점 역시 현재 월 매출은 230억원 수준인데 매달 임대료를 약 220억 납부하는 상황이 된다.
임대료 감면 혜택이 중단되면 면세업계의 경쟁력이 악화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주요 면세점의 실적이 2019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가운데, 오는 2월 진행 예정인 인국공 제1여객터미널(T1), 탑승동 및 제2여객터미널(T2) 면세사업권 입찰에 중국의 CDFG가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임대료 부담이 커진 신세계면세점은 물론, 국내 '빅2'인 롯데와 신라면세점 역시 영업이익이 코로나19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라 입찰에서 높은 금액을 부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국내 면세사업자의 실적이 악화한 가운데 중국의 국영사업체인 CDFG는 자국의 면세육성 정책에 힘입어 팬데믹 기간 글로벌 면세 매출 1위 사업자로 등극했다. 면세전문지 무디리포트에 따르면 CDFG의 2021년 매출은 93억6900만 유로(한화 약 12조6000억원)다. 2위는 롯데면세점(40억4600만유로), 3위는 신라면세점(39억6600만유로)이다.
CDFG는 지난 12일 진행된 인국공 입찰 사업자 설명회에도 참석했다. 설명회 참석이 입찰 참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선 국내 면세점 매출의 90% 이상이 중국인한테서 나오는 만큼 CDFG가 향후 한국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승창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금력 있는 CDFG가 입찰에서 임대료(여객당 단가)를 높게 제시하고 한국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며 "중국 면세사업자의 입지가 커지며 장기적으로 국내 면세산업의 경쟁력이 악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팬데믹 기간 면세업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책이 이어졌던 가운데, 여객 수요가 회복되는 현 상황에서 면세업만 지원을 연장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내국인 해외여행자의 면세 한도를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상향했다.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2014년 9월부터 '요지부동'이었던 면세한도를 약 8년 만에 상향한 것이다. 1병으로 제한했던 술 면세 한도도 2병으로 확대했다.
관세청과 인국공이 ‘스마트 면세 서비스’를 구축하기로 한 것도 면세 활성화 지원책으로 꼽힌다. 기존에는 시내면세점의 재고만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인천공항면세점의 재고도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주류의 온라인 면세 판매도 가능해진다. 현재 출국장 면세품 인도장은 주류 판매 허가를 받은 판매 영업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면세 주류의 온라인 주문이 불가능했다.
인국공 관계자는 "지난달 여객 수요는 2019년 대비 56% 수준으로 올라왔다"며 "항공·여객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공항공사의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공항면세점에만 혜택을 주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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