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강력한 봉쇄정책으로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화장품업계의 지난해 성적표가 공개됐다. LG생활건강의 2022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지며 2017년 이후 처음으로 1조원을 밑돌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LG생활건강은 북미 등 중국 외 시장 진출을 강화하는 등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31일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매출 7조1858억원, 영업이익은 7111억원이라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2%, 영업이익은 44.9%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까지 이어진 국내외 경기 침체와 소비 둔화가 사업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LG생활건강은 “중국 사업 환경 악화와 소비 둔화로 면세점과 중국 현지 매출이 부진했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가부담으로 영업이익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특히 뷰티 사업에서의 실적 악화가 눈에 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중국 현지와 면세점 매출이 부진한 영향이다. 뷰티 부문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7% 줄어든 8701억원, 영업이익은 57.7% 줄어든 792억원이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LG생활건강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북미 등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스타벅스·아마존 출신인 문혜영 부사장을 미주사업총괄로 영입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미주사업총괄은 LG생활건강 자체 브랜드 뿐 아니라 더 에이본, 더크렘샵 등 LG생활건강이 인수·합병한 현지 브랜드들도 관리한다.
실적 부진의 원인이 됐던 중국 시장에서도 온라인 채널을 다각화하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 LG생활건강측은 설명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 광군제 행사에서 ‘후’ 브랜드가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새롭게 진입한 틱톡, 콰이쇼우 등과 같은 신규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1위를 달성하며 온라인 채널의 다각화 측면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생활용품(HDB) 사업의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성장한 5265억원, 영업이익은 6.7% 감소한 189억원을 기록했다. 음료(Refreshment) 사업의 경우 4분기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7.8% 성장한 4112억원, 영업이익은 8.1% 감소한 308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는 음료 사업의 계절적 비수기이지만, 지난해 11월 열린 카타르 월드컵 영향으로 편의점과 배달 채널 등에서 탄산 음료 판매가 증가하며 매출이 성장했다. 다만, 원부자재 단가 인상에 따른 원가 부담 지속으로 수익성 개선은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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