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연봉 불패' 깨졌는데…'팀장급' 몸값은 치솟는다 [긱스]

입력 2023-02-06 15:44   수정 2023-02-06 16:45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개발자, 마케터, 데이터 분석가…. 올해는 어떤 직종이 한국 테크업계에서 가장 각광받을까요. 이직할 때 가장 높은 '몸값'을 받을 수 있는 인재는 누굴까요. 한경 긱스(Geeks)가 2023년 연봉 예측을 통해 테크업계의 직종별, 연차별, 전공별 전망을 공유합니다. <hr >

올해 한국 테크 회사들의 개발자 연봉 상승세가 멈출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투자 시장이 얼어붙고 회사들이 비용 감축에 들어간 영향이다. 다만 고급 기술력을 갖춘 시니어급 개발자의 연봉 수준은 지난해보다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인공지능(AI) 부문 개발자도 이직 시 작년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마케팅 직군은 경기 침체로 채용 규모가 줄고 '멀티'로 활용 가능한 관리자급 인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스타트업들이 구독 방식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이와 관련한 기술 전담 매니저 직군도 주목받고 있다. 고유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들이 늘면서 스타트업 내 법무 직군 채용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재무회계 직군도 경영전략 및 IR 포지션에서 채용 니즈가 높을 것으로 분석됐다.
주니어 개발자 연봉 상승세 멈췄다
글로벌 채용 컨설팅 기업 로버트 월터스의 ‘2023년 디지털 연봉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한국 테크분야 백엔드 개발자는 주니어 기준 5000만원에서 8000만원 수준의 급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전년과 같은 수준이다. 프론트엔드 주니어 개발자 역시 4500만원에서 6500만원으로 전년 수준에서 멈췄다.

최근 몇 년간 개발자 연봉이 오르다가 멈춰 선 것이다. 로버트 월터스 측은 "2018년부터 꾸준히 오르던 개발자 연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향됐고 올해는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로버트 월터스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31개국에서 자사를 통해 이직한 지원자들의 연봉 데이터를 바탕으로 파악한 구인·구직 동향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경기침체 영향이 개발자 인력 채용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시니어 개발자의 경우 최고 연봉 수준이 올랐다. 백엔드 개발자의 경우 최대 2억5000만원까지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1억8500만원보다 크게 오른 수준이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도 지난해 1억3000만원에서 1억8000만원으로 몸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기업들이 '마구잡이식' 채용보다는 검증된 팀장급 인력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으면서 주니어 개발자의 연봉 상승은 멈추고 10년 차 이상 고숙련 개발자들의 몸값은 오르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개발자 입도선매 경쟁에 나섰던 IT 기업들이 경기가 악화하자 채용범위를 신입이 아닌 경력이 많은 시니어 개발자 중심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한 스타트업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훌륭한 팀장급 개발자를 구하면 다른 훌륭한 개발자들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1인분'짜리 주니어 개발자를 대거 채용하는 것보다는 '10인분'을 할 수 있는 팀장급 인재 한 명을 채용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AI·데이터 분야는 '몸값' 올라
개발자 연봉 전망은 분야별로 차이도 컸다. AI, 머신러닝, 데이터 분야 개발자들의 몸값이 이직 시 연봉이 작년보다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테크 분야에서 머신러닝·AI 분야 리서치 사이언티스트 연봉은 지난해 최대 1억7000만원에서 올해 3억원까지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시니어급 데이터사이언티스트 최대 연봉 역시 55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뛸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업종과 상관없이 여러 분야에서 AI·데이터 적용도가 높아지면서 관련 개발자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회사 내에서 전문인력을 키우기보다는 당장 서비스에 적용해 성과를 내야하는 상황에 AI분야의 고숙련 엔지니어의 몸값이 크게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진입장벽이 낮은 프론트엔드와는 달리 AI 경력 개발자의 경우 여전히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다. 높은 연봉을 주더라도 인력 확보가 중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의 ‘인공지능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AI 부족 인력은 3726명이었다. AI 개발자 직무에서 부족한 인력이 2885명으로 가장 많았고, 데이터 가공·처리 종사자(291명), AI 프로젝트 관리자(214명), AI 데이터 분석가(160명)가 뒤를 이었다.
마케팅 직원도 '관리자급' 선호
여러 스타트업에서 각광받던 마케팅 직군의 연봉 역시 벤처캐피털(VC) 투자가 위축 영향을 받았다. 마케팅 직원 채용 폭이 줄고 기업들은 멀티로 활용 가능한 관리자급 인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 시 마케팅 디렉터는 1억3000만원, 마케팅 매니저는 1억원 선의 연봉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로버트 월터스는 "전통 및 디지털 마케팅을 두루 경험한 관리자급 인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를 구독하는 방식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일반화하면서 이에 관련한 인력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회사들이 쓰는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관련 보안 정책도 강화되면서 각종 문제의 관리 및 신속한 대처, 사용자를 교육하는 기술지원 전문 인력이 필요해졌다는 얘기다. 로버트 월터스는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고객지원 경험 및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갖춘 기술 전담 매니저(Technical Account Manager·TAM)에 대한 수요가 특히 돋보인다. 경력직의 경우 이직 시 최소 15%의 연봉 인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유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늘어나면서 스타트업 내 법무 직군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기존 금융권 중심의 준법감시 업무에서 채용 니즈 기업이 스타트업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재무회계 직군에서도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경영전략 및 IR 포지션에서 채용 니즈가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새로운 기술 배우거나 숙련도 높여야"
경기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기업들의 고급 개발 능력을 갖춘 경력자 우대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예전엔 개발자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해 우선 뽑고 보는 상황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요즘엔 5~8년 차 경력자 위주로 레퍼런스 체크를 하면서 예전보다 훨씬 신중한 방식으로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SPRi가 지난 7월 발간한 소프트웨어산업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소프트웨어 부문 채용예정 인원은 신입직은 5700명, 경력직은 1만600명이었다. 2021년(신입직6600명·경력직8900명)에 비해 전체 채용 규모는 늘었지만, 신입 채용이 감소한 것이다. 최준원 로버트 월터스 코리아 지사장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숙련도를 높이는 데 집중해 직무 전환과 임금 인상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테크 분야 회사들은 필요한 고급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최 지사장은 "일과 업무의 균형을 고려한 회사가치 제안 등 전략적인 인재 유지, 유치 방안을 세워야할 때"라고 했다. 채용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인센티브, 사이닝 보너스, 스톡옵션 등 이직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연봉 패키지를 제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참, 한가지 더

신입 공채 채용이 줄고 현장 업무를 바로 맡을 수 있는 인재를 찾는 경력직 채용을 위한 서비스들이 나오고 있다. 명함관리 앱 ‘리멤버’를 운영하는 드라마앤컴퍼니는 국내 소득 기준 상위 5%에 속하는 연봉 1억원 이상 채용공고만 모은 ‘리멤버 블랙’ 채용 서비스를 최근 출시했다. 해당 채용 서비스는 전년도 근로소득이 1억원 이상임을 인증한 구직자만 가입 및 공고 조회가 가능한 게 특징이다. 드라마앤컴퍼니 관계자는 “신입·저연차 경력직 위주의 잡포털과 달리 리멤버 블랙 서비스를 통해 고연봉 경력직들의 구직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력직 평판조회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스타트업도 주목받고 있다. 인력에 대한 사내외 평가를 따지는 일명 ‘평판조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펙터가 대표적이다. 채용 기업이 경력직을 선발할 채용 대상자의 수년 동안의 행적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관련 회사 임원진과 동료가 직접 작성한 지원자의 평판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위크루트는 평판조회 솔루션 ‘체커’를 제공한다. 경력직 채용에 필요한 평판조회 과정을 자동화한 서비스다. 평판 조회 의뢰는 임원급인 C레벨에서 대리·과장 등 실무급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올해 관련 서비스에 적용한 특허 등록을 마치기도 했다. 위크루트는 이번 특허를 통해 ‘인재 선발을 위한 인재검증 및 관리시스템 및 제공 방법’과 ‘인재 채용을 위한 레퍼런스 체크 시스템 및 제공 방법’에 대한 독점적 기술권을 확보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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