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또 올려도 편익 작아"…'비둘기파' 목소리 커진 금통위 [조미현의 외환·금융 워치]

입력 2023-01-31 17:30   수정 2023-01-31 19:02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기준금리를 연 3.5%로 올린 1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최종금리 수준을 두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의 목소리가 이전 회의보다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한은이 31일 공개한 지난 13일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들은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두고 격돌했다. 당시 조윤제·이승헌·서영경·박기영 금통위원 등 4명이 연 3.25%에서 0.25%포인트 인상 의견을 내면서 기준금리는 연 3.5%로 결정됐다. 주상영·신성환 금통위원은 동결 소수의견을 냈다.

이날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에서는 최종금리 수준을 두고 금통위원 간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1월 금통위에서 동결 의견을 낸 두 위원은 모두 추가 금리 인상에 반대했다. 한 금통위원은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현재의 정책금리와 시장금리 수준에서 얻을 수 있는 추가적인 편익은 매우 작거나 불확실해 보인다"며 "최종 기준금리 수준이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 예상되므로 경제활력이 과도하게 위축될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동결 소수의견을 낸 또 다른 금통위원도 "금융 여건이 충분히 긴축적인 영역에 진입해 있는 데다 올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추가 긴축 여부는 그동안 지속된 긴축정책의 파급효과 정도, 실물경제 흐름, 대외여건 등을 지켜본 후에 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1월 금통위에서 0.25%포인트 인상 의견을 냈지만, 추가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금통위원도 있었다. 그는 "향후 기준금리 운영에 있어서 물가상승률이 현재 전망대로 둔화 흐름을 이어간다면 실질금리 상승에 따른 경기 부진, 금융안정 리스크 측면의 부담을 감안해 추가 인상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금통위원도 있었다. 한 금통위원은 "인플레이션은 '입법 없는 과세'"라며 "실물자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저소득층에 더 큰 해악을 미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 불안에 대처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는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인 물가 대응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현재와 같은 높고 지속성 있는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성장세 둔화는 감내할 필요가 있다"며 "거시경제의 안정적 성장 기반을 되찾기 위해서는 물가가 목표 수준에 수렴하는 추세가 확인될 때까지 긴축적 정책 기조를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머지 금통위원 역시 "물가 상승률이 빠른 시일 내에 목표 수준 가까이 수렴한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긴축기조를 유지하고 필요시에는 추가 기준금리 인상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종금리 수준을 두고 금통위가 반으로 쪼개지면서 향후 이 총재가 캐스팅보트(최종 결정권)를 행사할 가능성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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