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에서는 럭셔리 호텔조차 여전히 체크인 기록을 손으로 남깁니다. 글로벌 예약 플랫폼을 이용하자니 수수료가 비싸 자체적으로 고객 정보를 관리하고 싶어 하죠. 그들이 한국의 관광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입니다.”
호텔 운영 관리 스타트업인 H2O호스피탈리티의 이웅희 대표는 “우리가 가진 테크 솔루션과 방대한 데이터는 ‘21세기 유전’”이라고 말했다. 오일의 나라가 기회의 땅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은 지난 30일 한국관광공사와 아부다비투자진흥청(ADIO) 한국사무소가 한국경제신문과 함께 연 간담회에서 나왔다.
H2O호스피탈리티, 모노리스, 캐플릭스, 야놀자 등 4개 업체가 참석했다. 이들 회사는 1월 14일부터 6박8일 일정으로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의 UAE 방문에 동행한 관광 스타트업이다. 관광 스타트업이 대통령 순방에 함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UAE의 수도 아부다비는 석유와 가스를 대체할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관광산업을 내세우고 있다. 과거 중동 붐을 건설사들이 이끌었다면 이제 레저관광업계에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H2O호스피탈리티는 투숙객 예약부터 객실 배정, 체크인·체크아웃까지 모든 호텔 운영을 비대면으로 가능하게 만들었고 2017년 일본에도 진출했다. 사람이 하던 호텔 관리를 디지털로 전환해 고정비를 최대 50% 줄였다. 2021년에는 포브스가 꼽은 아시아 100대 유망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현지 호텔들과 협력해 다양한 고객 데이터를 취합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며 “아시아에서 4만실 이상 관리한 노하우를 앞세워 중동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렌터카 서비스 ‘제주패스’를 운영하는 캐플릭스는 현지의 노후화한 인프라를 언급했다. 박민주 캐플릭스 글로벌전략 책임은 “아부다비 렌터카 업체들도 디지털 기술 없이 수기로 서류를 작성하는데 마치 15년 전 제주도를 보는 것 같았다”며 “중동에서도 인건비와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캐플릭스는 일본 렌터카 시장에 키오스크도 수출하고 있다. 25분가량 걸리던 렌터카 업무를 3분으로 줄이며 주목받고 있다.
압둘라 압둘 아지즈 알샴시 ADIO 청장 직무대행은 “아부다비에는 매년 1100만 명의 여행객이 들어온다”며 “한국 스타트업이 스마트 관광과 디지털화를 주도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들은 중동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중동의 큰 기업들은 모두 정부가 가지고 있다”며 “정부가 앞장서 실질적인 지원을 해준다면 단기간에 중동 진출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욱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산업정책관은 “‘제2 중동 붐 TF’를 구성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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