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이 ‘제2의 석유’가 되는 시대가 올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농산물이 석유처럼 패권 경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이런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해외 농산물 투자를 대폭 늘려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국경제신문이 31일 ‘식량 패권 시대 한국의 생존 전략’을 주제로 연 전문가 좌담회에서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전 한국농업경제학회장)는 “식량 잉여의 시대가 끝나고 식량 부족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인구가 현재 70억 명에서 2050년 96억 명으로 증가할 전망이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식량 생산이 70% 이상 늘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기후변화와 농경지 감소, 물 부족으로 과거처럼 식량 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 소장은 “앞으론 농산물이 석유와 같은 패권 경쟁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중국이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무역제재에 (미국의 대중 수출 상품인) 대두(콩) 수입 제한으로 응수한 게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식량이 국제 관계에서 ‘무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식량 안보 관점에서 공급망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 교수는 “한국은 콩의 70%, 밀의 76%를 각각 3개 국가에서 수입한다”며 “수입 편중이 심하기 때문에 어느 한 곳에서라도 흉작이 나거나 식량 무기화에 나서면 타격을 받는 취약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급망 다변화와 함께 해외 농업 개발을 통해 자급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국내 농업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덕민 농림축산식품부 농업경영정책과장은 “스마트팜과 푸드테크 등 한국 농업의 한계를 극복시켜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며 “농업을 신성장산업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FTA이행지원센터장은 “급변하는 통상질서에 한국 농업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해외 농업에 대한 정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황정환 기자
제작 지원=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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