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자발적 가입자가 지난해 6만 명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 의무가 없지만 노후 대비를 위해 국민연금에 돈을 붓는 국민이 급감한 것이다. 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으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하는 제도 도입으로 ‘건보료 폭탄’ 우려가 커지자 자발적 가입자가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31일 국민연금공단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국민연금 자발적 가입자(임의가입자+임의계속가입자)는 88만3960명으로 같은해 1월 말(94만7855명)보다 6만3895명(6.74%) 감소했다.
임의가입자는 만 18~60세 미만 국민 중 전업주부, 학생, 군인 등 소득이 없어 국민연금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지만 본인 희망에 따라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람이다. 임의계속가입자는 국민연금 의무가입 상한 연령(만 60세) 이후에도 수급개시 연령(65세)까지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다.
국민연금 자발적 가입자는 2017년 67만3015명, 2018년 80만1021명, 2019년 82만6592명, 2020년 88만8885명, 2021년 93만9752명으로 해마다 늘었다. 납입액 대비 수급액이 큰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연금이 ‘재테크’ 수단으로 부각된 결과다. 하지만 지난해 1월 말 94만7855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에는 감소세로 전환해 9개월 만에 6만 명 넘게 줄었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9월부터 건강보험 2단계 개편을 통해 피부양자 소득 기준을 연 3400만원에서 연 2000만원으로 강화한 결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 수급액이 늘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당해 건보료 폭탄을 맞을 수 있는데, 이 같은 건보료 개편 내용이 지난해 초부터 알려지면서 자발적 가입자 탈퇴로 이어진 것이다.
피부양자에서 탈락해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 국민연금 수급액뿐 아니라 이자·배당소득, 근로소득, 임대소득은 물론 부동산, 자동차 등 재산도 건보료 부과 대상이 된다. 2단계 개편으로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돼 지역 건보료를 내는 국민은 작년 11월 말 기준 23만1843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자발적 가입자 탈퇴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이런 추세가 국민연금 재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론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에서 향후 70년간(2023~2093년) 평균 국민연금 가입률을 94%로 가정했다. 최근 자발적 가입자 증가 추세 등을 반영해 5년 전 추계 때 가정치(92.8%)보다 1.2%포인트 높였다. 자발적 가입자가 줄어들면 이 같은 가정이 빗나가면서 국민연금 재정이 추계보다 악화할 수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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