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매도업체 힌덴버그 리서치의 공격을 받고 있는 인도 아다니 그룹이 31일 주요 계열사의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아다니 그룹과 ‘끈끈한’ 관계를 맺어 온 아랍에미리트(UAE)의 ‘오일 머니’가 결정적인 지원군이 됐다.
이날 아다니 엔터프라이즈는 25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했다. 청약 기간 중 아다니 엔터프라이즈 주가가 급락하면서 유상증자가 실패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UAE의 아부다비 알 나흐얀 왕가의 투자회사인 인터내셔널 홀딩코(IHC)가 4억달러(약 4960억원)를 투자하며 유상증자 물량 상당 부분을 소화했다. IHC는 지난해 아다니 그룹에 20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이어 왔다.
인도 증시 사상 최대 유상증자에 성공하면서 아다니 그룹은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자 저변을 넓히려고 했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블룸버그는 “개인 투자자들은 배정 물량의 10% 정도에만 청약하는데 그쳤다”며 “아다니 그룹의 기존 투자자들이 유상증자 물량 중 상당 부분을 받아 갔다”고 전했다.
이날 인도 증시에서 아다니 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엇갈렸다. 인도 증권거래소는 아다니 토탈 가스 등 3곳에 대해 하루 가격변동폭을 ±20%에서 ±10%로 축소했다. 아다니 토탈가스는 가격제한폭인 10%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아다니 그린에너지, 아다니 트랜스미션은 상승 마감했다.
미국 전기 트럭 스타트업인 니콜라를 공격하며 유명해진 힌덴버그 리서치는 지난 24일 아다니 일가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금융 범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아다니 그룹은 29일 413쪽에 이르는 해명자료를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아다니 그룹을 세운 고탐 아다니 회장은 아시아 최고 부자로 꼽힌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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