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대로 가다간 3000개 기업 줄도산…'섬뜩한 경고'

입력 2023-02-01 14:15   수정 2023-02-02 13:28

완성차 산업이 100% 전동화될 경우 내연기관 부품 기업의 3분의 1은 소멸될 것이란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으로 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의 소멸 속도가 빨라진 만큼 원활한 산업 전환을 위한 정책 지원 강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정책컨설팅센터의 내부자료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이 100% 전동화될 경우 국내 자동차 부품 중소기업 3249개가 소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자동차 부품 제조 중소기업의 32.3%에 해당한다. 소멸되는 중소기업의 매출은 16조8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중기연은 한국자동차연구원의 2021년 자동차부품산업실태조사 통계 자료를 일본자동차부품협회가 분석한 전기차 부품으로 전환 가능한 내연기관 부품 목록에 대입해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부품은 3만 개인 반면 전기차 부품은 1만8900개에 그친다. 특히 엔진을 구성하는 부품 6900개는 전기차로 전환 시 모두 필요 없게 된다. 그 결과 엔진과 엔진 관련 부품 중소기업 2110개는 100% 소멸할 전망이다. 변속기 등 동력전달장치 업체(1377개)는 36.8%가, 전장부품 업체(904개)는 30%가 사라질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의자 및 공조 등 차체용 부품과 현가·제동장치는 전기차 부품으로 100% 전환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연기관 부품 제조 중소기업의 폐업은 2025년께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자동차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은 13%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5년께 이 비중이 20%를 넘어서면서 매출이 급격히 줄어든 내연기관 부품 업체들부터 시장 퇴출이 증가할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내 자동차 부품 제조 중소기업의 현대차·기아 납품 비중은 88%에 육박한다. 현대차·기아는 전동화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대부분 중소기업은 기술력의 한계로 산업 환경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처지다. 실제로 내연기관차 부품 제조 중소기업의 83%는 매출액 100억원 미만의 소규모로 전기차 부품 생산을 위한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기연 관계자는 "내연기관차 부품업체 중 전기차 부품 제조가 가능한 업체는 2.3%로 추산된다"며 "대부분 대기업과 중견기업"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IRA는 내연기관 부품 중소기업계의 소멸을 앞당길 전망이다. IRA가 세액공제 대상을 미국, 캐나다 등 북미에서 생산한 전기차로 한정하면서 완성차 생산공장의 북미 이전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중기연 관계자는 "전기차 전환율이 낮은 상태에서 대기업이 북미 투자를 진행하면 중소기업은 전기차로 전환하는 기회조차 갖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동차 부품 업계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25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대로 완성차가 100% 전동화될 경우 3분의 1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또 현재 중국 6.5% 등 약 10% 수준인 전기차 부품의 해외 의존도도 갈수록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 산업 전환으로 내연기관 부품의 퇴출은 이미 기정사실로 된 가운데 중소 부품 업계는 사업 전환, 기업 매각, 인수합병 등 서둘러 생존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규 시설 투자 지원 등 정부 정책 강화가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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