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진단키트 사업으로 한 배를 탔던 셀트리온과 진단업체 휴마시스가 법적 다툼을 벌이게 됐다. 그간 누적된 양측 갈등이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 전환에 따라 표면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휴마시스 대주주가 경영권을 돌연 매각해버린 점도 갈등이 깊어진 결정적 원인으로 해석된다. 셀트리온은 휴마시스 대주주의 경영권 매각을 사태 해결의 의지가 전혀 없는 걸로 받아들였다.
셀트리온은 휴마시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및 선급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1일 밝혔다. 셀트리온은 휴마시스가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제때 공급하지 않아 사업상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던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 초까지 제품 공급을 위해 휴마시스에 수차례 발주를 진행했지만 납기를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휴마시스의 납기 지연으로 발생한 손해와 더불어 이미 지급된 선급금 중 계약 해지된 잔여 계약분에 대한 돈도 돌려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구체적인 손해 규모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두 회사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진단키트 사업 협업으로 쏠쏠한 수익을 봤다. 셀트리온과 휴마시스는 2020년 6월 코로나19 항원 신속진단키트 개발 및 상용화, 제품 공급 계약을 맺었다.
미국 유통망이 갖춰져 있는 셀트리온과 체외진단 사업을 해온 휴마시스가 협력하는 구조였다. 신속 진단키트 '디아트러스트'를 개발해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디아트러스트를 미국 국방부와 조달청 등에 공급하는 등 양사의 협력도 순항했다. 그 덕분에 연결 재무제표 기준 2019년 92억원 수준이던 휴마시스 매출은 2021년 3218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4655억원을 기록하며 1년 전 전체 매출을 넘어섰다. 주가도 급등했다.
두 회사에 이상 기류가 표출된 건 지난해 말이다. 휴마시스가 지난해 12월 29일 "셀트리온의 일방 통보로 코로나19 진단키트 공급계약이 해지됐다"고 밝히면서다. 휴마시스는 셀트리온이 공급 예정 물량의 상당 부분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며 "법률 대응을 검토를 하고 있다"고 했다.
셀트리온은 "납기 지연으로 시장 적기 공급에 실패했다"며 책임을 휴마시스로 돌렸다. 오히려 "원만한 사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지만 휴마시스가 협의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휴마시스에 협의안 제시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시점은 지난달 27일이었다. 이런 공방 와중에 휴마시스의 대주주가 경영권을 돌연 매각해버리면서 사태가 더 꼬였다.
셀트리온은 이날 소송 제기 사실을 밝히며 "경영권을 제3자에 넘기는 등 사태 해결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아 부득이하게 소송으로 법적 권리를 확보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
휴마시스 대주주인 차정학 대표는 지난달 아티스트코스메틱에 본인 및 특수관계인 지분 전량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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