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말 일본에 약탈됐다가, 문화재 절도범에 의해 국내로 돌아온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불상)'에 대해 2심 법원이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전고법 민사1부(부장판사 박선준)는 1일 서산 부석사가 국가(대한민국)를 상대로 낸 불상 인도 청구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일본 대마도 관음사(觀音寺)에 있던 이 불상은 2012년 10월 문화재 절도범들이 훔쳐 국내로 반입했다. 그러나 세관에 걸려 절도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대검찰청은 "불상이 불법 유출된 증거가 없다"며 이를 일본에게 반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서산 부석사 측이 이에 반발하며 부석사와 대한민국 검찰, 대마도 관음사 간의 소유권 분쟁이 시작됐다.
부석사 측은 1951년 해당 불상에서 나온 불상 결연문에 '1330년경 서주(서산의 고려시대 명칭)에 있는 사찰에 봉안하려고 이 불상을 제작했다'는 내용이 적혀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1352년부터 1381년 사이 다섯 차례에 걸쳐 왜구의 서주 지역 침탈이 이뤄졌고, 이때 불상이 탈취된 사실은 학계에서도 이견이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왜구에게 약탈당한 불상인만큼 원소유자인 부석사로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반면 관음사 측은 "간논지를 창설한 종관이 1527년 조선에서 일본으로 돌아올 때 불상을 양도받아 가지고 들어왔다"며 약탈 사실을 부인했다. 또한 "설사 불상이 탈취됐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불상을 도난당하기 전까지 60년 동안 점유해 왔으므로 취득 시효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정부를 대리한 검찰 역시 "어찌 됐든 일본에 있던 문화재를 훔쳐 온 사안"이라며 "피고 보조참가인 주장과 같이 취득시효가 완성돼서 소유권이 인정되는 만큼 법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부석사 측은 "관음사 측은 약탈 사실을 알고도 계속해서 불상을 무단으로 점유했음으로, 취득시효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 2017년 1심 재판부는 "왜구가 비정상적 방법으로 불상을 가져갔다고 보는 게 옳다"며 부석사의 손을 들어줬다. 사실상 불상이 고려말 왜구에 의해 약탈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국내 사찰에서는 불상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등의 사건이 있을 때 새로운 기록과 유물을 넣는 전통이 있다"며 "정상적인 교류로 불상이 이전될 경우 불상을 주는 측에선 복장물을 빼고 대신 어느 사찰에서 조성해 다른 사찰로 옮긴다는 기록을 넣는다는게 전문가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불상이 제작된 1330년 이후 1352년부터 1381년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왜구들이 충남 서산을 침입했다는 사실과 불상이 불에 탄 흔적이 있고, 불상의 상태가 일부 손상된 점을 들어 정상적인 경로로 옮겼다고 보기 어렵다고 추측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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