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올해 경기도와 성남시에 대한 감사를 벌인다. 두 곳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단체장을 지냈다. 고용보험기금 적자와 불어난 국가채무 등 전임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감사도 진행된다.
감사원이 1일 공개한 ‘2023년도 연간 감사계획’에 따르면 감사원은 올해 경기도와 성남시 등 28개 광역·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기관 정기감사에 나서기로 했다.
감사원의 성남시에 대한 정기감사는 2010년 이후 13년 만의 일이다. 이 대표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성남시장으로 재직했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성남시에 대한 감사가 오랜 기간 이뤄지지 않은 점을 거론하며 “감사원이 성남시를 10여년 간 사각지대로 방치해 ‘대장동 비리 게이트’를 키우는 단초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자치단체 정기감사는 4년에 한 번은 해야 하지만 워낙 숫자가 많다 보니 모두 다 할 순 없고 위험도나 중요성을 고려해 감사 대상을 선정해왔다”며 “이번엔 장기간 감사가 이뤄지지 않은 기관을 선별해 착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성남시 감사에 이 대표의 시장 재임 기간이 포함될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통상 정기감사는 최근 3~5년 범위 내에서 실시된다. 감사원 관계자는 “(마지막 감사가 있었던)2010년 이후를 다 볼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경기도에 대한 정기감사는 2017년 이후 6년 만에 진행된다. 감사원은 지난달 30일 감사관 13명을 투입해 경기도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이 대표의 경기지사 재임 당시 진행된 지역화폐나 남북협력사업 등과 관련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윤석열 정부의 재정 건전화 기조에 맞춰 국가 재정관리제도와 국가채무 관리체계 점검에도 나선다.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고용보험기금과 공기업 해외사업,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이 대상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국판 뉴딜’ 일환으로 18조5000억원이 투입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에 대한 감사도 실시할 방침이다.
이밖에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관리체계와 대학경쟁력 강화시책 등도 점검한다. 공정거래·금융감독 등 분야에서 규제가 양산되고 있는지 여부도 살피기로 했다.
감사원은 올해부터 ‘고위험 중점분야’ 20개를 선정해 시범 적용한 뒤 감사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다.
최달영 감사원 기획조정실장은 “감사원이 국가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를 선택·집중해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감사를 하고자 한다”며 “실무자들의 사소한 실수나 단순 규정 위반보다는 기관장이나 고위직들이 작정하고 저지른 고의적 불법행위, 비리, 소극행정, 무사안일 등에 집중해서 중요한 맥을 짚어나가는 감사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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