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한 확장억제 의지를 강조했다.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선 재차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골드버그 대사는 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여성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2023 포럼W: 한반도 정세와 한미동맹'에서 '확장억제 실행력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것이 한미가 확장억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는 이유고, 우리의 굳은 의지는 엄중하고 철통 같다"고 강조했다.
'북핵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논의로 확장될 수 있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한미는 핵을 포함해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한 확장억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면서 "핵무기를 사용해야 할 상황이 발생했을 때 보호 및 억지 차원의 핵 사용을 말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핵 위협을 받을 경우 미국의 핵우산으로 보호할 수 있지만, 미국 핵무기를 한국에 미리 들여놓는 전술핵 재배치엔 반대한다는 입장으로 분석된다. 앞서 골드버그 대사는 지난해 10월 한 토론회에 참석해 한국 정치권 내 전술핵 재배치 주장을 비판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무책임하고 위험하다"면서 "지역 내 긴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제안한 것에 대해선 "자유롭고 개방된 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싱크탱크의 독자적 의견일 뿐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과 사실상 다르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어 "확장억지와 관련해 대화를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추가적인 조치(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한국 기업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지적에는 "IRA는 동맹국에 피해를 주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라면서 "전기자동차 세제 혜택 등과 관련해 우려가 있을 수 있는데 어떤 해결책이 있을 수 있는지 논의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탄소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한국 기업들에 의지하고 있다"며 "프렌드쇼어링 등을 통해 (한국 기업의) 좀 더 많은 투자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강제징용 등 한일 문제에 대해선 당사국간 협의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일관계 회복을 위한 미국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한일 문제는 당사국에 맡기는 것"이라면서 "한일이 논의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미국이 직접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할 순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일관계 발전은 한미일 3개국 관계에 있어서도 중요하다"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