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01일 16:5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필자는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당시 궁금증은 앞으로 설계할 공간의 가치를 ‘건축학개론’에서 더 나아가 금전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였다. 이것이 부동산 금융의 방식으로 공간의 가치를 고민하는 이지스자산운용에 다니게 된 계기였다. 회사에 다니면서 궁금증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만들었다. 요즘은 일반 개인도 상장리츠에 쉽게 투자할 수 있다. 이분들께 본 칼럼을 통해 필자가 자산에 투자할 때 갖는 몇 가지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물론 순영업이익을 부동산 매매가격으로 나누는 자본환원율(Capitalization rate)을 일반적으로 떠올릴 수 있겠다. 쉽게 말해, 자본환원율이 높으면 매입가 대비 이익이 잘 나오는 자산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숫자만 활용하고 해당 자산의 조건과 시장 현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국 잘못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더 살펴야 할 요인이 있는 것이다.
우선은 어떤 산업군이 주로 사용하는 지역에 건물이 위치했는가를 봐야 한다. 특정 산업군의 임차인이 집중된 지역일 경우 해당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가 부동산의 가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예로는 테크(Tech) 기업이 모인 지역의 경우 재택근무, 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금 축소 등의 영향으로 임차 면적이 축소되어 임대수익뿐 아니라 오피스 자산가치에도 타격을 주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산업의 부침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지역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건물 내 임대차 계약의 형태도 살펴야 한다. 건물 임대차 계약 형태는 크게 보면 단일 임차인이 전체 건물을 장기 임차하는 형태인 싱글테넌트(Single-Tenant)와 여러 임차인이 다양한 기간으로 공간 일부에 임차하는 멀티테넌트(Multi-Tenant)로 나뉜다. 멀티테넌트는 각 임차인의 임대차 만기에 따라 재계약 또는 신규 계약 등으로 해당 시점의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해 가치를 증가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싱글테넌트는 유사 부동산의 공급 과잉이 예상되어 장기간 공실 리스크를 줄이고자 할 때 적합한 형태다. 하지만 시장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고, 임차인과의 임대 조건에 있어 협상력이 멀티테넌트에 비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시장 환경과 임차인의 특성 등을 고려해 적합한 임대차 계약 형태인지 자산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어떤 시점에 투자했는지도 중요하다. 와인도 생산된 연도인 빈티지(vintage)가 중요하듯, 부동산도 투자된 시점을 고려해야 한다. 단적으로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해 고점에 투자된 부동산은 가격 조정기를 만나면 투자원금을 찾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릴 수 있다. 반면, 유동성이 축소돼 조정된 가격에 투자한 부동산은 시장이 회복되면 단기간에 높은 평가익을 얻을 수 있다. 상장리츠와 같이 포트폴리오의 형태로 여러 자산에 투자하는 금융투자상품과 같은 경우 각 자산들의 투자 시점을 살펴서 보다 직관적으로 포트폴리오의 가치를 파악할 수 있다.
끝으로 토지가 지닌 미래가치를 보아야 한다.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장기투자다. 이에 산업 및 기술의 변화 등 여러 시장 상황 요소에 따른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부동산의 토대인 토지 역시 시장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필자는 앞서 언급한 3가지 측면보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과거 오피스나 대형마트로 최적의 입지였던 곳이 이제는 주거시설로 재건축되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경우가 그런 것에 해당한다. 이처럼 가치 있는 토지는 시장환경에 따라 달리 활용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 반면, 토지의 가치는 낮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임대차계약, 특정 산업 수요의 단기 폭증 등에 따라 부동산의 가치가 고평가될 경우, 시간 경과에 따라 일종의 감가상각이 부동산 가치에 반영될 수 있다.
이와 같이 부동산의 가치 평가에 있어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할 몇 가지를 살폈다. 이 글을 읽는 개인 투자자분들도 단순히 숫자로 표현되는 수익률에 매몰되지 마시고, 여러가지 측면을 함께 평가해 훌륭한 투자 성과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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