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과급 시즌을 맞이하는 건설사 직원들의 표정이 어둡다. 실적 악화로 성과급 축소를 예상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실적이 좋지만 성과급은 제때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돌기도 한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건설사 직원들의 성과급은 전년보다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원자잿값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며 영업이익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올해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건설사들의 현금확보 중요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우려 요소로 꼽힌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영업이익 5820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7535억원 대비 22.8% 감소했는데, 이에 따라 성과급 봉투도 얇아질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회사 목표 실적 달성 여부에 따라 대략적인 성과급 규모가 정해지고, 소속 본부와 개인 고과에 따른 차등을 둔다. 회사 실적이 악화한 만큼 성과급 규모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성과급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된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GS건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550억원으로 전년 6360억원보다 14.1% 줄었다. 성과급 감소도 예상된다. GS건설 관계자는 "영업이익을 두고 내부 기준에 따라 성과급이 지급될 것"이라며 "성과급 산정에 실적 악화가 반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건설사도 예외는 아니다. 대우건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사측은 노동조합에 오는 4월로 예정된 성과급 지급을 하반기로 미루자고 요청했다. 이 관계자는 "건설경기 악화로 건설사의 현금 보유량이 중요해졌다"며 "당장의 '목돈' 지출을 막고자 성과급 지급 연기 요청이 이뤄졌다"고 귀띔했다.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성과급은 제때 지급될 전망이다. 다만 호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지급 유예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창사 이래 가장 많은 영업이익 7600억원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대우건설 관계자는 "성과급 규모나 지급 시기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실적을 발표한 직후이기에 성과급 논의가 진행하려면 내부적으로 거쳐야 할 절차가 많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노조도 성과급 지급 연기에 대해 "논의중으로 아직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롯데정밀화학·롯데홈쇼핑 등 그룹 계열사를 통해 1조원가량의 자금 수혈을 받은 바 있다. 2017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온 하석주 사장도 재정 건전성 악화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건설업계에서는 내년에도 건설사 직원들의 성과급 봉투가 더 얇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원자잿값 상승이 여전한데다 고금리 여파로 분양 시장도 냉각됐기 때문이다.
부동산 플랫폼 업체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0.3대 1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경쟁률이 12.6대 1이었던 것에 비해 대폭 하락했다. 청약 미달률도 상승세다. 지난해 11월 28.6%였던 전국 아파트 1순위 청약 미달률은 12월 54.7%로 높아지고 지난달 73.8%까지 치솟았다.
미분양 주택도 증가세다. 국토교통부의 '2022년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8107가구로 전월보다 17.4%(1만80가구) 증가했다.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 연속 1만 가구씩 늘어나며 위험선인 6만2000가구도 넘어섰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계약률이 낮아 공사비를 건질 수 없는 사업장이 늘어나고 있다"며 "올해 실적에 이러한 부분이 반영되면 내년에는 성과급을 지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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