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발의자가 정부·여당의 실력자들인 만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TK신공항 추진은 탄력을 받았다. 올해 국토교통부 주요 업무계획에도 포함됐을 정도다. 하지만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를 넘기는 쉽지 않았다. 여야가 ‘공항 특별법 주고받기’ 협상에 나선 배경이다.
광주 군공항 이전은 오래된 지역 현안이다. 2014년 광주광역시가 처음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전 대상지인 전남 무안 주민들의 반발과 사업비 부족으로 진전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당초 5조7480억원으로 예상했던 사업비는 계속 늘었다. 군공항 내 미군 장비 이전비가 1조원 추가됐으며, 4500억원으로 책정한 무안 주민 보상비도 2조~3조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2014년 이후 물가 상승까지 감안하면 사업비는 10조원을 훌쩍 넘길 가능성이 크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없으면 진척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후 물밑에서 해법을 찾던 양당은 결국 지난달 27일 주 원내대표가 주재한 간담회에서 두 공항 관련 특별법 처리에 서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특별법이 통과되면 공항은 물론 도로 등 관련 인프라 건설에 대해서도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된다. 반면 정부는 국비를 투입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2021년 3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제정으로 시작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타 면제가 사실상 일상화되는 것이다.
대구시와 광주시가 재원 조달 방안으로 들고 있는 종전 부지 개발도 사업성이 불투명하다. 특히 지방 아파트 시장은 극도로 얼어붙어 있다. 대구시가 지난달 31일 아파트 신규 인허가를 중단하기로 결정했을 정도로 공급 과잉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구와 광주를 비롯한 지방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는 데 5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선 기존 부지 개발로는 총 20조원의 사업비 중 10조원도 조달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결국 10조원 이상의 부담을 정부가 떠안아야 할 전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얼마가 될지도 모르는 비용을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구조”라며 “대규모 사업에 예타를 면제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노경목/원종환/심은지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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