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국뽕’ 가득한 슬로건은 매사추세츠주의 ‘더 스피릿 오브 아메리카(The Spirit of America·미국의 정신)’일 것이다. 영국 청교도의 첫 미국 정착지이자 독립전쟁의 도화선인 ‘보스턴 티파티’에 대한 자부심이 물씬 느껴진다. ‘선샤인 스테이트(SUNSHINE STATE, 플로리다주)’처럼 기후를, ‘페이머스 포테이토스(FAMOUS POTATOES, 아이다호주)’같이 특산물을, ‘스위트 홈 앨라배마(Sweet Home Alabama, 앨라배마주)’처럼 인기 팝송을 채택한 곳도 있다.
자존심 강한 프랑스어권인 캐나다 퀘벡주의 모토는 섬뜩할 정도다. ‘즈 므 수비엥(Je me souviens·나는 기억한다).’ 양국 군 총사령관이 모두 전사할 정도로 치열했던 1759년 아브라함 평원 전투에서 영국군에 패배한 것을 잊지 않겠다는 뜻이니 말이다.
반면 우리의 차 번호판은 참 무미건조하다. 그나마 세계 대부분 나라에서 표기하는 지역명조차 없다. 영호남 간 반목 등을 의식해 삭제한 것이라고 하니 차 번호판에마저 정치가 개입한 것 같아 씁쓸하다.
이번엔 차 번호판이 탈세 방지책으로 쓰일 모양이다. 수억원대의 슈퍼카를 법인차로 구매해 각종 비용을 법인에 지우고 세금 혜택까지 받으면서 사주 개인용으로 쓰는 ‘무늬만 법인차’를 막기 위해 연두색 법인차 전용 번호판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흡사 중·고교생이 교복에 명찰을 달고 있으면 흡연을 주저하게 되는 것처럼 색깔로 차 번호판을 구분해 개인 용도 사용을 억제하는 ‘명찰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한다.
정부의 고육지책을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법인차와 일반차 번호판의 색깔을 강제적으로 구분하는 것이 영 개운치는 않다. 소수의 얌체족을 잡기 위해 대다수의 선량한 부류마저 도매금으로 묶는 우를 범하는 건 아닐까 싶다. 외국인에겐 또 어떻게 비칠까.
차량운행기록부 작성을 강화하고, 일정 금액의 차량만 법인차로 인정하는 식의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대통령 공약이 ‘연두색 법인차 전용 번호판’이었다고 꼭 교조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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