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등법원 민사1부(부장판사 박선준)는 1일 충남 서산 부석사가 국가(대한민국)를 상대로 낸 불상 인도 청구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해당 불상이 약탈당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일본 관음사가 ‘취득시효’를 완성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준거법으로 지정된 일본 민법의 취득시효 규정에 따르면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및 공연하게 타인의 물건을 점유하면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본다”며 “일본 관음사가 법인을 취득한 1953년 1월 26일부터 불상을 절취당한 2012년까지 불상을 계속해서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취득시효가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한 “1330년께 서주(서산의 고려시대 명칭) 부석사가 불상의 소유권을 원시 취득했으나, 현 서산 부석사가 과거 서주 부석사와 동일한 권리주체로 존속 유지됐다고 볼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부석사의 소유권에 관한 증명 부족으로 인도 청구를 기각하는 것과 별개로, 피고 대한민국은 문화재 보호를 위해 이 사건 불상 반환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2012년 10월 국내 절도단이 일본 대마도 관음사에 보관돼 있던 불상을 훔쳐 국내로 밀반입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대검찰청은 “불상이 불법 유출된 증거가 없다”며 이를 일본에 반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서산 부석사는 이에 반발해 2016년 문화재 인도 소송을 제기했다.
부석사 측은 불상의 복장물로 나온 불상 결연문에 ‘1330년경 서주에 있는 사찰에 봉안하려고 이 불상을 제작했다’는 내용이 있다며 왜구에게 약탈당한 불상인 만큼 원소유자인 부석사로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반면 관음사 측은 “관음사를 창설한 종관이 1527년 조선에서 일본으로 돌아올 때 불상을 양도받았다”며 약탈 사실을 부인했다. 또한 “설사 불상이 탈취됐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불상을 도난당하기 전까지 60년 동안 점유해 왔으므로 취득 시효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2017년 1심 재판부는 “왜구가 비정상적 방법으로 불상을 가져갔다고 보는 게 옳다”며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불상을 옮긴다는 내용의 문서가 복장물에서 발견되지 않은 점 △불상에 불에 탄 흔적이 남은 점 △불상의 상태가 온전하지 못하고 일부 손상된 점 등을 들어 약탈 문화재임을 인정, 부석사에 불상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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