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인기를 끈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남자 주인공인 이태오는 이렇게 외쳤다. 여다경과의 불륜을 들킨 뒤 아내 지선우에게 한 말이었다. 이 대사에 누군가는 공감하고, 누군가는 비난을 퍼부었다. 사랑에 빠진 건 죄가 될 수 없다. 하지만 배우자를 두고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도 죄가 아니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결혼식에서 많은 부부는 서로를 죽을 때까지 사랑하겠다고 서약한다. 그 이면에는 ‘과연 한 사람과 평생 함께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자리 잡고 있다. 결혼이라는 제도 아래에서 회의감과 권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나긴 결혼 생활 동안 유혹에 빠지는 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가정을 지키고 도덕과 윤리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본능을 잠재우고 이성을 깨운다.
그렇다면 외도를 하는 이유는 뭘까. 왜 가족의 행복이 파괴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내연녀 또는 내연남을 만드는 것일까. 바람을 피우는 특별한 인성 유형이 있는 걸까. 아니면 단순한 호기심일까.
<불륜의 심리학>은 이런 물음에서 출발한 책이다. 오스트리아 심리학자인 게르티 젱어와 발터 호프만이 썼다. 두 저자는 정신분석학적이고 진화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불륜에 대해 탐구했다. 20대에서 60대 사이의 오스트리아 성인 남녀 946명에게 설문 조사하고, 3년간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다양한 불륜 관계의 현상을 분석했다.
저자들에 따르면 ‘그-그녀-그’ 혹은 ‘그녀-그-그녀’로 이뤄지는 삼각구도는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시작됐다. ‘어머니-아버지-자녀’로 구성된 3인의 관계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라왔고, 이는 훗날 성인이 됐을 때의 애정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각자의 배우자가 있는 경우라면 사각구도가 형성된다.
책에서 불륜 관계는 ‘그림자 사랑’, ‘그늘 속 사랑’으로 정의된다. 저자들은 정신적인 문제, 특히 어린 시절의 결핍 등 성장 과정이 그늘진 관계를 선택하는 데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보호, 회피, 합리화 등 방어기제를 보였다.
책에 담긴 사례는 유럽의 남녀를 대상으로 해 유교적 사상이 짙은 한국 독자들은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은 모두 똑같다. 저자들은 심리치료를 통해 불륜에서 벗어나는 법, 행복한 부부와 행복한 배우자가 되는 법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강조한다. 그늘 속에서 살아가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자신을 억압하는 상태를 계속 변화시키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이금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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