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5억에 월세 2000만원"…올해도 '그들만의 리그'

입력 2023-02-03 07:41   수정 2023-02-03 08:07


올해도 초고가 월세 계약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과 금리 상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이른바 '그들만의 리그'다. 큰 돈을 집에 묶어두는 대신 현금흐름을 만들어 월세를 내는 식이다. 다만 최근엔 금리가 오르면서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서 보증금을 두고 치열한 샅바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동구 성수동1가에 있는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62㎡는 지난달 17일 보증금 5억원에 월세 2000만원에 갱신 계약이 체결됐다. 앞선 계약에선 보증금 5억원에 월세 1350만원이었다. 계약갱신권은 사용하지 않았다.

이 단지 전용 165㎡도 보증금 6억5071만원에 월세 1100만원으로 갱신 계약이 체결됐다. 종전엔 보증금 5억원에 월세 1100만원이었다. 이 계약은 계약갱신권이 사용된 거래다.

네이버 부동산과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단지 현재 시세는 전용 164㎡ 기준 전세 48억~55억원, 월세는 보증금 5억원에 월세 3000만원부터 보증금 10억원에 월세 2000만원 등까지 나와 있다. 월세는 1억에 45만~50만원 수준이다.

같은 동에 있는 '트리마제' 전용 84㎡도 지난달 13일 보증금 2억원에 950만원짜리 준전세가 신규로 계약됐다. 이 단지 또 다른 전용 84㎡ 역시 보증금 10억원에 500만원에 계약이 맺어졌다.


성수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아 거래가 이전처럼 활발하진 않다"면서도 "아무래도 대출 등에서 자유로운 시장이라 (부동산 침체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것 같다"고 했다.

고가 전·월세 시장에서는 특이한 현상도 나타난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보증금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를 지나 고금리 시대가 오면서 현금을 확보해놓고 있으면 활용도가 높아 유리해서다.

성수동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이전엔 여유가 있는 집주인들은 목돈이 들어와 봐야 굴릴 곳이 마땅치 않아 월세를 높이고 보증금을 낮추기도 했지만, 요즘은 어느 정도 보증금을 받길 원한다"며 "금리가 오르면서 안전하게 돈을 굴릴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또 다른 이유로는 보증금을 너무 적게 제시하는 세입자들을 불신하는 집주인이 있다"며 "일부 세입자의 경우 적은 보증금에 높은 월세로 들어와 살면서 월세를 수개월 밀리는 사례가 꽤 있다. 때문에 집주인은 일종의 안전장치 성격으로 일정 수준의 보증금을 원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세입자도 큰돈을 집에 묶어두고 싶지 않아 한다. 성수동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세입자마다 사정이 다 다르겠지만 이전부터 이곳에 진입하는 세입자들은 보증금으로 큰돈을 묶어두려 하지 않는다"며 "다른 방식으로 현금을 만들어내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문가는 향후에도 초고가 임대차 시장이 큰 변화 없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 팀장은 "초고가 월세시장은 '그들만의 리그'로 봐야 한다"며 "부동산 시장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아 당분간 현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지난해 전국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한 비율은 42%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총 105만9306건이다.

이 가운데 월세 계약 비중은 42.7%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보였다. 지역별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 23만1846건 중 월세 거래는 9만8810건으로 비중이 42.6%에 달했다. 경기도는 43.3%(34만 9711건 중 15만1518건), 인천 45%(7만51건 중 3만1492건) 등 순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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