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 캠핑·원시림 트래킹…겨울 울릉도는 '힐링 천국'

입력 2023-02-02 17:32   수정 2023-02-03 02:28

울릉도행 크루즈선에는 700여 명이 함께 탔다. 포항 영일만신항에서 매일 밤 12시께 출발하는 이 배를 타면 두 번 놀란다. 겨울 울릉도에 가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몰려온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에, 그리고 여행자들의 모습에. 캐리어에 가벼운 옷차림을 한 사람들 틈으로 거대한 배낭에 삽과 손전등, 텐트 등을 쌓아올린 진정한 백패커들이 많다. 마치 야생에서 서바이벌 게임을 하듯 무장한 이 사람들은 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눈 속의 하룻밤 ‘이글루 캠핑’
9000여 명이 거주하는 울릉도에는 지난해에만 약 5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대형 크루즈선의 출항으로 멀미 걱정이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야생과 미지의 섬’을 탐험하려는 2030들이 사계절 내내 찾았다. 여름엔 수상 스포츠의 성지로, 겨울엔 백패커들의 안식처가 됐다.

울릉도 겨울 여행의 백미는 나리분지다. 높게 솟은 산봉우리들 사이 움푹 파묻힌 이곳. 해발 500m의 나리 분지는 울릉도의 유일한 평지다. 울릉도 사람들이 모여 살며 농사도 짓고, 바람과 파도도 피했다.

눈이 50㎝ 이상 쌓인 고요 속의 나리분지엔 오후부터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고무장갑을 끼고, 삽을 든 사람들이 ‘나만의 이글루’를 짓기 시작했다. 텐트와 담요를 덧대 바람을 막고 직접 지은 동굴 속에서 보내는 하룻밤. 별이 보이기 시작하자 마을의 집집마다 장작 태우는 냄새가 뒤섞였다. 나리분지를 찾는 캠핑족이 늘면서 울릉크루즈와 코오롱그룹은 2월 말까지 ‘울릉나리분지 눈꽃축제’와 ‘울라윈터피크닉’을 함께 기획했다. 돔 쉼터가 조성돼 이글루를 직접 짓지 않고도 안에 머물 수 있는 데다 밤이면 은은한 조명이 들어와 분위기가 한껏 따듯해진다. 설원 승마와 마차썰매, 설원 노르딕 스키 프로그램 등도 운영한다.

나리분지 외에도 ‘5성급 캠핑존’이 울릉도엔 많다. 대표적인 곳은 학포야영장. 학포항과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최고의 오션뷰인데 가격은 하루 2만원. 최대 3박4일까지 이용할 수 있는 캠핑장으로 뷰가 좋고 화장실 등 주변 시설이 깨끗해 캠핑족에게 ‘국내 캠핑장 베스트5’에 늘 꼽히는 곳이다. 오전 9시부터 선착순 입장하는데 오전 6시부터 줄을 서서 대기하기도 한다.
걷기족, 자전거족의 로망
나리분지는 울릉도의 중심이자 섬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성인봉(984m) 등산로와 연결된다. 3월까지 성인봉 설경을 즐길 수 있다. 해발이 높지 않지만 경사가 심하고 낭떠러지가 많아 안전 경보를 확인하고 올라야 한다. 원시림으로 가득한 성인봉에 눈이 녹으면 조릿대와 고사리, 향나무 등 울릉도 자생 식물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성인봉 등산은 출발 지점에 따라 취향껏 즐길 수 있다. KBS 울릉중계소에서 시작해 나리분지로 돌아오는 코스는 망망대해를 향해 걷는 트래킹 코스(8㎞), 사동(안평전)에서 시작해 바람등대를 거쳐 나리분지로 내려오는 길은 간편한 차림으로 즐기는 코스(7.7㎞), 대원사에서 시작해 팔각정을 거쳐 나리분지로 내려오는 대원사 코스는 원시림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코스(8.7㎞)다.

힐링 트래킹을 원한다면 울릉천국에서 깃대봉, 알봉 둘레길을 거쳐 나리분지로 내려오는 5.7㎞의 깃대봉 코스를 추천한다. 봄철엔 3.8㎞ 길이의 내수전~석포길 코스에 벚꽃이 만개한다고.

울릉도를 차로 한 바퀴 도는 건 40분이면 충분하다. 그만큼 해안도로가 잘 조성돼 있고, 제설도 빠른 편이다. 이 때문에 요즘은 MTB를 타고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자전거 마니아들이 부쩍 늘었다. 도동~내수전 고개를 넘어 원시림을 뚫고 가는 내수전~석포산 길, 산림욕을 하며 산 중턱을 오르내리는 해안도로 자전거 투어가 유명하다. 물론 쉽지 않지만 아름다운 경치에 어느새 고통도 잊는다.

울릉도 여행은 아직 여행 정보가 많지 않다. 첫 여행이라면 저동의 울라웰컴하우스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보다’ ‘놀다’ ‘먹다’를 주제로 취향별 여행 정보들을 여행자 카드로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는 여행자 정보센터다. 코오롱그룹이 만든 이 공간에선 울릉도 바위의 모습을 고릴라 캐릭터로 풀어낸 ‘울라’가 탐험가들을 맞이한다.

울릉도=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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