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와 공감의 말을 꺼내려는데 얼굴이 의외로 밝았다.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본 적이 있냐고 했습니다. 한참 고민하더니 남겠다고 하더군요.”
‘서울대’라는 단어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을 오간다. 선망의 대상일 때도 있겠으나 변하지 않는 낡음과 고루한 특권의 온상으로 비판받기도 한다. 그동안의 평가는 후자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최근 서울대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공대의 혁신에 이목이 쏠린다.
홍 학장 취임 이후 서울대 공대는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서울대 창립 이후 처음으로 현직 교수(최장욱 화학생물공학부 교수)가 미국의 차세대 배터리 개발 기업인 SES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일이 작년 가을께 있었다. 홍 학장은 “해외 기업 사외이사는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이들을 설득하는 데 앞장섰다.
올해 입시부터 적용한 공대 광역 모집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공 없이 입학해 1학기 뒤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홍 학장은 “학부 정원이라는 성역을 처음 깨트린 시도”라며 “견고한 장벽을 깨고, 사회가 요구하는 분야에 더 많은 인재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울대 공대가 얼마나 빨리 변하고 있는지는 신규 임용 교수 면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3월 1일자로 임용 예정인 17명의 교수 중 16명이 조교수·부교수 등 ‘3040 세대’다. 이들 중에는 인텔(인공지능), 메타(컴퓨터 그래픽스) 등 미국 대기업에서 연구자로 활약하던 이도 여럿 있다.
젊은 교수들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서울대 공대가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방파제다. 올해 신규 임용자 중엔 의용생체공학, 로봇지능 등 이름조차 생소한 분야가 수두룩하다.
‘한강의 기적’을 가능케 한 핵심은 인재다. 1955~1962년 ‘미네소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서울대 교수 218명은 전쟁의 잿더미에서 한국을 재건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이때 도미한 교수 대부분은 조교수 이하의 30대였다.
무역수지가 작년 3월 이후 11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성장의 시대는 끝났다는 말이 나온다. 난관을 뚫기 위해선 다시 ‘인재’로 돌아가야 한다. 서울대 공대의 혁신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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