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후 도시·산업단지, 교통인프라 건설을 빼고도 총 20조원이 넘는 사업을 최소한의 경제성 분석도 없이 밀어붙이는 건 수없이 목격해온 ‘공항 포퓰리즘’의 재탕이다. 정치권은 2년 전에도 가덕도 신공항을 ‘영남권을 아우르는 거점공항으로 키우겠다’며 ‘김해공안 확장안’을 무단 폐기하고 특별법 제정에 앞장섰다. 그래 놓고 또 다른 특별법으로 같은 영남권에 가덕도 신공항보다 더 큰 공항을 2030년까지 짓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무책임함이 보기 민망할 정도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산업단지를 배후로 둔 가덕도 신공항조차 항공 수요가 부족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배후 산업과 인구가 훨씬 취약한 TK 신공항은 가덕도 신공항과 경쟁할 수밖에 없어 미래가 훨씬 불투명하다. 광주 군공항 이전도 마찬가지다. 기존 무안공항의 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무안으로 이전한들 없던 수요가 갑자기 생기고 경제성이 높아질 리 만무하다. 게다가 엄연히 별개인 두 사업을 패키지로 묶어 지역 정치인끼리 주고받는 건 명백한 야합이다.
출범 때부터 재정건전성을 강조해온 여당과 윤석열 정부의 이중성도 실망스럽다. 나랏돈 지원의 열쇠를 쥔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주말 국회 간담회에 동석해 특별법 제정에 힘을 실었다. 국방부와 지자체가 부지를 교환하는 ‘기부 대 양여 방식’을 기본으로 한다지만 특별법이 통과되면 막대한 예산 투입은 불 보듯 뻔한 수순이다. 120조원의 예타면제 사업을 남발했다며 맹비난해온 전임 정부와 한끝도 다르지 않은 포퓰리즘이다.
한국 인구의 97%는 이미 국제공항 반경 100㎞ 이내에 거주한다. 공항이 난립하다 보니 전국 15개 중 10여 개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비용추계가 불가능하다’고 결론 낼 만큼 불투명한 사업을 밀어붙인다면 경기남부국제공항 등 유사 요구가 빗발칠 것이다. 기어이 전국을 텅 빈 공항 활주로로 뒤덮을 심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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