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줄더라도 자본·기술투자에 따라…2050~60년 성장률 年 0.2% vs 1.5%"

입력 2023-02-02 18:32   수정 2023-02-03 02:22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물적·인적자본 투자와 기술 혁신 등에 따라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당면한 노동력 감소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양적 확대도 중요하지만, 투자와 노동력의 질적 향상 등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2일 ‘2023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이런 내용의 ‘인구가 감소하는 성장모형과 한국 경제에의 적용’ 논문을 발표했다. 이 교수가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토대로 성장모형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2050~2060년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9%, 1인당 GDP 증가율은 2.3%로 추산됐다. 지난해 GDP 증가율이 2.6%란 걸 고려하면 인구 감소가 경제 성장에 주는 충격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2000년대 들어 한국이 0%대 성장을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과 코로나19 사태 당시인 2020년(-0.7%) 등 두 차례뿐이다.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물적자본 투자와 기술 진보, 인적자본 증가 여부에 따라 GDP 증가율은 각각 다를 것으로 예측됐다. 물적자본 투자율이 2060년까지 점진적으로 낮아질 경우 2050~2060년 GDP 증가율은 연평균 0.2%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연평균 1인당 GDP 증가율은 1.5%였다. 기술 진보율과 인적자본 증가율이 현재 수준에 가깝게 유지되면 GDP 증가율은 연평균 1.5%에 달했다. 1인당 GDP 증가율도 연평균 2.9%로 추산됐다.

이 교수는 “인구 증가율이 낮다고 해서 이것이 곧바로 경제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이번 연구의 의미”라며 “인구가 한 나라 경제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란 생각은 역사적으로 자본과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을 때 얘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구가 감소하면 노동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큰 문제이긴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정책적으로 물적자본과 기술, 인적자본 투자를 늘리고 더 나은 노동력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제52대 회장으로 지난 1년간 한국경제학회를 이끌었다. 후임인 황윤재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는 이날 열린 한국경제학회 정기총회에서 공식 취임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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