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2일 ‘2023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이런 내용의 ‘인구가 감소하는 성장모형과 한국 경제에의 적용’ 논문을 발표했다. 이 교수가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토대로 성장모형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2050~2060년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9%, 1인당 GDP 증가율은 2.3%로 추산됐다. 지난해 GDP 증가율이 2.6%란 걸 고려하면 인구 감소가 경제 성장에 주는 충격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2000년대 들어 한국이 0%대 성장을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과 코로나19 사태 당시인 2020년(-0.7%) 등 두 차례뿐이다.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물적자본 투자와 기술 진보, 인적자본 증가 여부에 따라 GDP 증가율은 각각 다를 것으로 예측됐다. 물적자본 투자율이 2060년까지 점진적으로 낮아질 경우 2050~2060년 GDP 증가율은 연평균 0.2%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연평균 1인당 GDP 증가율은 1.5%였다. 기술 진보율과 인적자본 증가율이 현재 수준에 가깝게 유지되면 GDP 증가율은 연평균 1.5%에 달했다. 1인당 GDP 증가율도 연평균 2.9%로 추산됐다.
이 교수는 “인구 증가율이 낮다고 해서 이것이 곧바로 경제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이번 연구의 의미”라며 “인구가 한 나라 경제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란 생각은 역사적으로 자본과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을 때 얘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구가 감소하면 노동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큰 문제이긴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정책적으로 물적자본과 기술, 인적자본 투자를 늘리고 더 나은 노동력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제52대 회장으로 지난 1년간 한국경제학회를 이끌었다. 후임인 황윤재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는 이날 열린 한국경제학회 정기총회에서 공식 취임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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