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뛰어난 디바이스(기기)에 퀄컴의 스냅드래곤 XR(확장현실) 기술, 구글의 경험을 더할 겁니다. 새로운 기회를 현실로 만들겠습니다.”
크리스티아누 아몽 퀄컴 최고경영자(CEO)가 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3’에 깜짝 등장해 한 말이다. 삼성전자, 퀄컴, 구글의 ‘XR 3각 동맹’이 발표된 이날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의 화두는 단연 XR이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에서 XR 기기로 ‘링’을 옮겨 치열한 승부를 벌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XR 시장의 주요 제품은 헤드셋이다. 고글 형태에 안경처럼 착용하는 방식이다. 가상세계를 구현하는 가상현실(VR)과 현실 세계에 가상 이미지를 덧붙여 만들어내는 증강현실(AR)을 아우르는 XR 기술의 특성을 가장 잘 활용할 기기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XR 헤드셋은 10년 내 스마트폰을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며 “애플에 이어 삼성전자도 올해부터 이 시장에서 기반을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이미 차세대 아이폰으로 XR 헤드셋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애플의 XR 시장 진출로 관련 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XR 헤드셋 출하량은 지난해 1800만 대에서 올해 3600만 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2025년 1억1000만 대, 2030년 10억 대까지 증가해 ‘스마트폰 시장만큼’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럼에도 AR 관련 투자는 꾸준히 이어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삼성전기, 일본 미쓰비시케미컬홀딩스, 미국 UDC벤처스, 돌비 등과 함께 AR 기기 전문기업 디지렌즈에 5000만달러(약 590억원)를 투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그해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를 방문해 사티아 나델라 MS CEO와 함께 반도체·모바일뿐 아니라 VR, AR 등에 관한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관건은 초기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다. 그동안 XR 시장의 주인공은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로 통했다. 다만 초기 시장이었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절대적이진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VR 헤드셋 세계 출하량은 전년보다 12% 줄어들기도 했다.
올 들어서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삼성전자, 애플 등의 참여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PwC에 따르면 세계 XR 관련 시장 규모는 2025년 540조원에서 2030년 1700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보다 먼저 새 기기를 선보일 애플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애플은 올해 상반기 XR 헤드셋을 공개하고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주로 게임·미디어·통신 기능 측면에서 새로운 기능이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일각에선 삼성전자, 퀄컴, 구글의 3각 동맹 시너지도 무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히로시 록하이머 구글 수석부사장은 “차세대 경험을 제공하려면 최첨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며 “삼성, 퀄컴과의 협업은 매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지은 기자/샌프란시스코=서기열 특파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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