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와 깡통전세(매매가보다 전셋값이 높은 주택)에 따른 역전세난이 서울 주요 대학가로 번지고 있다. 최근 전용면적 20㎡ 이하 원룸 전세를 구하는 학생이 드물고, 전세 거래량도 예년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관악구의 빌라(연립·다세대) 전세 거래량은 작년 12월 170건으로, 전년 동월(275건)보다 40%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월세 거래량은 2021년 12월 214건, 작년 12월 193건으로 큰 차이가 없다. 봉천동 A공인 관계자는 “작년 겨울엔 전세 60%, 월세 40% 정도였는데 요즘엔 전세 비중이 20%까지 낮아졌다”고 말했다. 서울대 자취생들이 주로 사는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원룸 전세 거래가 작년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깡통전세 때문에 대학가에서도 전세보증금 사고 우려가 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세보증금 사고 우려가 학생들의 전세 수요를 위축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신림동 C공인 관계자는 “전세 계약이 끝났는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한둘이 아니다”고 전했다.
정부의 전세 사기 처벌대책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를 반전시키긴 어려울 것이란 게 현장 목소리다. 한 공인중개사는 “중개업소와 임대인이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공모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있겠느냐”며 “정황을 포착하더라도 중개업소에서 아니라고 잡아떼면 그만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시욱/오유림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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