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쇼크 속 한줄기 빛…삼성 파운드리 매출 '최대'

입력 2023-02-02 21:00   수정 2023-02-02 22:28


삼성전자가 어닝쇼크를 기록하면서 부정적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만큼은 분기 및 연간 최대 매출을 달성해 중요성이 부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운드리로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높이고 규제 해제와 세제 혜택 등 정부 지원도 서둘러야 한다는 분석이다.

지난 31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70조4600억원, 영업이익 4조3600억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97%, 68.95%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60.37% 대폭 줄어 시장 기대치(6조9200억원)를 밑돌았다.

실적이 급감한 이유는 반도체 업황 둔화에 따른 메모리 판매 부진이 예상보다 커서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은 지난해 4분기 매출 20조700억원, 영업이익 2700억원을 기록해 적자를 겨우 면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7%나 급감했다. 스마트폰, PC, 서버 등 주요 메모리 고객사가 재고 조정을 지속하면서 메모리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영향이다.

하지만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사업부 설립 이후 최대 실적을 썼다. 삼성전자는 컨퍼런스콜(전화회의)을 통해 "파운드리는 주요 고객사용 판매 확대로 최대 분기 및 연간 매출을 달성했다"며 "첨단 공정 중심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고객처를 다변화해 전년 대비 이익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호실적 배경에는 메모리에 비해 경기를 덜 타는 파운드리 사업의 특성이 자리하고 있다. 파운드리는 다품종 소량 생산이 일반적인 데다 제조시설을 먼저 지은 후 주문받는 '셸 퍼스트' 전략을 앞세워 고객사와 장기간 계약을 맺는다. 또 파운드리를 포함한 비메모리는 전체 반도체의 70%를 차지해 시장도 크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편중 구조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업황 불황에도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부사장은 컨콜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객사 재고 조정이 이어지고 있어 실적에 우호적이지 않지만 미래를 준비할 좋은 기회"라며 "투자 계획 안에서 연구개발(R&D) 항목 비중도 이전 대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운드리 차세대 공정 제품 양산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3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을 업그레이드한 3나노 2세대 제품을 내년 양산할 예정이다.

3나노 수율(양품 비율)도 안정화 단계에 들어가 TSMC와의 경쟁에서 자신감도 내비쳤다. 정기봉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컨콜에서 "현재 1세대 공정을 안정적인 수율로 양산하고 있다"며 "2세대 공정은 1세대 대비 면적, 성능, 전력 효율이 더욱 개선됐고 1세대 양산경험을 기초로 빠르게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메모리 편중 해소를 위해 정부의 파운드리 지원이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D램, 낸드플래시 등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국내 경제에 큰 변동성을 줘 부담"이라며 "시장 안정성과 수익성이 높은 시스템반도체로의 체질 개선을 꾀하려면 파운드리에서 반도체 대기업, 반도체 중소기업 간 협력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하고 규제 해제와 세제 혜택 등 과감한 지원에 정부가 속히 나서야 한다"고 짚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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