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만 나이' 등장…칠순잔치는 언제 하나요?

입력 2023-02-06 10:00   수정 2023-02-06 16:00

“흔히 칠순(七旬)이라고 하는 70세 생일도 이름이 다섯 가지나 된다. 고희(古稀), 희연(稀宴), 희연(稀筵), 희경(稀慶) 등이 그것이다. 또한 이 70세가 세는나이냐, 아니면 만나이냐를 혼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조선일보 1991년 2월 5일자)

우리 문화에서 ‘나이’는 사적으로나 공적으로나 꽤 민감한 소재다. 자칫 시비라도 붙으면 “민증 까!”로 발전하기도 한다. 올 6월부터 민법의 ‘만 나이’를 일상생활에서도 적용한다고 해서 화제다. 알고 보면 30여 년 전부터 언론에서 다룰 만큼 우리 사회에 잠복해 있던, 쉽지 않은 문제였다.
국어사전 나이 풀이는 ‘세는나이’ 기준
‘만 나이’에 비해 ‘세는나이’는 관습에 의한, 실생활에서 쓰는 나이 셈법이다. 가령 2021년 10월 태어난 아기라면, 태어나자마자 한 살을 먹고 해가 바뀌면 무조건 한 살을 더 먹으니 2023년 1월 현재 이미 세 살이다. 이에 비해 만 나이로는 2022년 10월 생일이 돼야 비로소 한 살, 2023년 10월이 되면 두 살이다. 생일 전 올해 1월 현재는 어떻게 표현하게 될까? 정확히 말하면 1년 3개월이다. 이런 경우 만 나이로는 한 살이라고 한다. 만으로 꽉 차지 않으면 나머지 개월은 잘라내고 햇수로만 치는 것이다. 그러니 세는나이로는 세 살, 만 나이로는 한 살이 되는 셈이다.

‘연 나이’는 현재 연도에서 단순히 태어난 연도를 빼는 것이다. 언론에서 쓰는 나이 표시도 연 나이다. 관공서와 일반 기업 등 공적 부문에서 쓰이는 만 나이는 출생일을 따져야 하기 때문에 다소 번거로움이 있다. 세는나이에서 생일이 지났으면 한 살을 빼고, 지나지 않았으면 두 살을 뺀다. 이에 비해 연 나이는 출생일에 상관없이 무조건 지금의 해에서 태어난 해를 빼면 된다. 언론에선 일일이 생일을 확인해 나이를 따질 수 없기 때문에 만 나이보다 연 나이로 적는 게 편하다. 언론에서 통상 연 나이를 쓰는 까닭은 그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궁금해지는 게 있다.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70세, 즉 칠순은 만 나이일까 세는나이일까? 답부터 말하면 세는나이 기준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육순을 예순 살, 환갑을 예순한 살로 풀고 있다. 환갑은 육십갑자의 ‘갑(甲)’으로 되돌아온다는 뜻에서 생긴 말이다. 즉 만으로 60이란 얘기다. 그러니 육순은 만으로는 59세다. 약관(20)을 비롯해 불혹(40), 지천명(50), 이순(60), 미수(88), 망백(91), 백수(99) 등 수많은 나이 관련 단어가 다 그렇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나이 풀이는 세는나이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올해 칠순인 김씨, 만으론 내년이 70
만 나이로 통일해 쓰면 무슨 일이 생길까? 그동안은 세는나이로 일흔 살에 칠순잔치를 했는데, 만 나이로는 69세였다. 앞으로 만 나이를 쓰면 1년 늦춰 만 70세가 됐을 때 비로소 칠순잔치를 해야 하는 것인가? 불혹(40)이나 지천명(50)도 만 나이로는 한 살씩 적어진다. 생일이 지나지 않았으면 두 살이 줄어든다. 이들 풀이에 세는나이 또는 만 나이를 명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모호성이 덜해진다.

나이 또는 햇수를 나타내는 말도 함께 알아둘 만하다. ‘만 나이’에서 ‘만’은 한자어다. ‘만(滿)’은 시기나 햇수를 꽉 차게 헤아리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가령 2021년 10월 8일 태어난 아이는 2023년인 올해 10월 8일에 ‘만 두 살’이 된다. 그것을 ‘두 돌’이라 해도 되고, 탄생 ‘2주년(週年)’을 써도 같은 말이다. 주년은 1년을 단위로 돌아오는 돌을 세는 단위다. 돌이란 태어난 날로부터 한 해가 되는 날을 뜻한다.

돌은 원래 어린아이가 태어난 날로부터 꼭 한 해가 되는 날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금은 의미 용법이 넓어져 ‘특정한 날이 해마다 돌아올 때 그 횟수를 세는 단위’로도 쓰인다. 가령 ‘세종대왕이 1446년 훈민정음을 반포한 것을 기념하는 한글날은 올해 제577돌을 맞는다’처럼 말한다. 이를 ‘반포 577주년’이라고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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