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에서 ‘나이’는 사적으로나 공적으로나 꽤 민감한 소재다. 자칫 시비라도 붙으면 “민증 까!”로 발전하기도 한다. 올 6월부터 민법의 ‘만 나이’를 일상생활에서도 적용한다고 해서 화제다. 알고 보면 30여 년 전부터 언론에서 다룰 만큼 우리 사회에 잠복해 있던, 쉽지 않은 문제였다.
‘연 나이’는 현재 연도에서 단순히 태어난 연도를 빼는 것이다. 언론에서 쓰는 나이 표시도 연 나이다. 관공서와 일반 기업 등 공적 부문에서 쓰이는 만 나이는 출생일을 따져야 하기 때문에 다소 번거로움이 있다. 세는나이에서 생일이 지났으면 한 살을 빼고, 지나지 않았으면 두 살을 뺀다. 이에 비해 연 나이는 출생일에 상관없이 무조건 지금의 해에서 태어난 해를 빼면 된다. 언론에선 일일이 생일을 확인해 나이를 따질 수 없기 때문에 만 나이보다 연 나이로 적는 게 편하다. 언론에서 통상 연 나이를 쓰는 까닭은 그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궁금해지는 게 있다.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70세, 즉 칠순은 만 나이일까 세는나이일까? 답부터 말하면 세는나이 기준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육순을 예순 살, 환갑을 예순한 살로 풀고 있다. 환갑은 육십갑자의 ‘갑(甲)’으로 되돌아온다는 뜻에서 생긴 말이다. 즉 만으로 60이란 얘기다. 그러니 육순은 만으로는 59세다. 약관(20)을 비롯해 불혹(40), 지천명(50), 이순(60), 미수(88), 망백(91), 백수(99) 등 수많은 나이 관련 단어가 다 그렇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나이 풀이는 세는나이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나이 또는 햇수를 나타내는 말도 함께 알아둘 만하다. ‘만 나이’에서 ‘만’은 한자어다. ‘만(滿)’은 시기나 햇수를 꽉 차게 헤아리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가령 2021년 10월 8일 태어난 아이는 2023년인 올해 10월 8일에 ‘만 두 살’이 된다. 그것을 ‘두 돌’이라 해도 되고, 탄생 ‘2주년(週年)’을 써도 같은 말이다. 주년은 1년을 단위로 돌아오는 돌을 세는 단위다. 돌이란 태어난 날로부터 한 해가 되는 날을 뜻한다.
돌은 원래 어린아이가 태어난 날로부터 꼭 한 해가 되는 날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금은 의미 용법이 넓어져 ‘특정한 날이 해마다 돌아올 때 그 횟수를 세는 단위’로도 쓰인다. 가령 ‘세종대왕이 1446년 훈민정음을 반포한 것을 기념하는 한글날은 올해 제577돌을 맞는다’처럼 말한다. 이를 ‘반포 577주년’이라고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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