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확장현실(XR)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관련 수혜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초부터 '로봇주'가 움직였던 것처럼 삼성전자의 움직임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이미 일부 종목은 주가가 들썩였다. 증권가에서는 대형주 중에선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을 중·소형주 중에선 세코닉스, 나무가 등을 수혜주로 제시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3'에서 "퀄컴, 구글과 협력해 차세대 XR 폼팩터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티아누 아몽 퀄컴 최고경영자(CEO)와 히로시 록하이머 구글 수석부사장이 무대에 함께 올라 ‘XR 3각 동맹’을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협력 방식이나 XR 제품은 밝히지 않았다.
XR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을 포괄한 개념이다. 헤드셋 등의 기기를 통해 현실 위로 콘텐츠를 겹쳐 확장하는 '증강현실' 기술은 물론, 가상 세계를 보여주는 '메타버스'와도 궤를 같이한다.
삼성전자가 XR 기기 시장에 뛰어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오큘러스VR과 협력해 ‘기어 VR’을 내놓은 데 이어 2018년에는 ‘오디세이 플러스’를 출시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이 좋지 않아 2019년부터 신제품을 내놓지 않았다.
애플에 이어 삼성전자·퀄컴·구글의 삼각동맹이 시장에 참가해 XR 시장 규모는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PwC은 최근 내놓은 자료에서 세계 XR 관련 시장 규모는 2025년 540조원에서 2030년 170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1년 1100만대였던 글로벌 XR 기기 출하량이 2025년 1억500만대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은 삼성전자가 이번에 개발·생산하는 기기에 퀄컴의 반도체 칩과 구글의 OS(운영체제)를 적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빠르면 상반기에 삼성전자의 XR 기기가 출시될 것"이라며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삼성전자에 부족했던 센싱 전용 반도체와 XR 전용 플랫폼이 보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XR 시장은 미래 IT 기기를 대표할 것"이라며 "중국도 국가적으로 XR 산업을 키우려 하는 만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심해질 것"이라고 봤다.
국내 XR 기기 관련주들의 주가는 이미 들썩였다. 노 사장의 발표 후 2거래일간 세코닉스는 10% 이상 올랐다. 세코닉스는 VR 제품에 적용되는 광학용 렌즈를 생산하는 업체다. 3D 센싱모듈(ToF)을 생산하는 나무가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증착 장비 업체인 선익시스템도 최근 2거래일 연속 올랐다.
이 외에도 XR 시장이 확대되면 관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인 뉴프렉스, 하이비젼시스템, APS홀딩스 등이 수혜를 볼 것으로 NH투자증권은 예상했다. 대형주 중에선 LG이노텍과 삼성전기가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애플은 올해 상반기 XR 헤드셋을 공개하고 연내 출시할 계획인데, LG이노텍이 애플의 주요 고객사이기 때문이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아이폰 외 새로운 디바이스를 공개하며 국내 부품 업체가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며 "LG이노텍은 카메라 시장 내 견고한 점유율을 바탕으로 애플의 낙수효과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XR 시장이 커지면 삼성전기의 카메라 모듈, 적층세라믹기판(MLCC) 등의 판매량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는 2021년 삼성전자, 일본 미쓰비시케미컬홀딩스, 미국 UDC벤처스, 돌비 등과 함께 AR 기기 전문기업 디지렌즈에 5000만달러(약 590억원)를 투자한 바 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