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월드클래스인가?"
화제의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에 이같이 물어보자 "그렇다. 손흥민은 세계적인 축구 선수로 여겨진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난도를 좀 더 높여 '손흥민'과 '축구' 등을 키워드로 시를 지어달라고 해봤다. "손흥민, 경기장의 스타. 절대 봉인될 수 없는 기술과 우아함. 축구는 그의 열정이고 그의 마음의 욕망, 세상을 불태우는 기쁨을 가지고 논다." 등의 문장이 들어간 시를 30초 안에 만들어냈다.
전 세계적으로 챗GPT 광풍이 불고 있다. 챗GPT는 지난해 12월 출시된 이후 두 달 만에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1억명을 돌파했다. 1억 MAU 달성에 9개월이 걸린 틱톡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가입자들을 확보했다. 전문가들은 애플의 스마트폰 출시를 뛰어넘는 '혁명적 변화'를 초래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챗GPT는 미국의 인공지능 연구소 '오픈 AI(OpenAI)'가 출시한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이다. 그간 챗봇이 기계적 대답을 했다면 챗GPT는 '진짜 사람'처럼 맥락을 이해한 대화가 가능하다. 단순한 일상대화뿐 아니라 작문을 하거나 논문도 쓴다. 번역, 시험, 코딩 작업까지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도 챗GPT의 성능을 극찬하면서 "수석들과 비서관 모두 챗GPT를 써보고 익히라"고 지시했을 정도로 '신묘한' 기술을 선보이는 서비스다.
기자가 직접 "파이썬(프로그래밍 언어)으로 추첨 프로그램 만들어줘"라고 하자 2초도 안 돼 즉각 결과물이 나타났다. 그러면서 "이 프로그램은 참가자 명단을 입력해 무작위로 당첨자를 선정할 수 있다. 특정 요구 사항에 따라 프로그램에 추가 기능이나 오류 처리를 넣을 수 있다"는 설명이 하단에 나타났다.
이어 "결혼 상대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이란 평범한 질문도 던져봤다. 그러자 챗GPT는 "인생의 동반자를 선택할 때는 비슷한 가치, 관심사, 그리고 삶의 목표를 공유하는 누군가를 찾는 것은 중요하다. 성격, 생활습관, 신념, 문제해결 능력과 같은 분야에서 여러분이 양립할 수 있는지"라면서 "미래 비전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깊은 감정적 연결과 애정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결혼할 적절한 사람을 찾는 것은 시간이 걸리고 서두르지 말아야 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기억하라"는 답변이 달렸다.
"여의도에서 데이트할 장소를 추천해줘"라고 입력하자 △여의도 한강공원 △63빌딩 △여의도 공원 △여의도 야시장 등이 안내됐다. 기자가 2021년 여의도에 '더 현대 서울'이 생겼다고 알려주고 다시 여의도 데이트 장소를 추천하라고 하자, 이번에는 더 현대 서울까지 포함된 검색 결과가 나타났다. 학습을 통해 업데이트된 정보를 제공한 셈이다.
챗GPT는 여러 정보를 제공하고 문학적 색채가 담긴 창작물을 만들 수 있으며, 대량의 반복적인업무를 대신할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코딩 함수까지 순식간에 만들어냈다. 주관적 인생고민까지 포함한 영역에 대한 답변을 막힘없이 척척 내놨다. 전대미문의 기술 발전으로 출연한 챗GPT는 인류 고유의 영역에 도전한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챗GPT는 2020년 출시된 오픈AI의 대형언어모델(LLM) 'GPT-3'을 보완해 'GPT-3.5'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GPT-3.5에는 사람 뇌의 시냅스에 해당하는 파라미터(매개 변수)가 1750억개 이상 탑재돼 있어 고도화된 언어 능력을 갖고 있다. 올해 오픈AI에서 공개할 상위 버전 'GPT-4'는 1000조개에 달하는 파라미터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어 사실상 인간과 거의 동등한 수준의 언어 구사 능력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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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등장으로 이미 대학가는 술렁이고 있다. 챗GPT가 뛰어난 에세이 작성 능력을 보이고 일부 시험까지 통과하는 사례가 등장하자 학생들에게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 뉴욕시의 경우 모든 학교에서 챗GPT 사용을 금지했고, 영국의 130개 대학은 성명을 내기도 했다.
다만 챗GPT는 아직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다. 어느정도의 전문성을 갖췄다고 볼 수 있으나, 2021년까지만 나온 자료만 입력돼 있어 정보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또한 영어 기반 모델로, 한국어로 이용할 경우 검색 결과 수준이 영어 이용시보다 못 미친다. 정보의 편향성, 가짜뉴스, 저작권 및 윤리적 문제 등에 대해서도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기술(IT)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특히 세계 최대 검색엔진 업체 구글은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현재 자사 언어 생성 모델 '람다(LaMDA)' 기반 챗봇을 내부 테스트 중이다. 조만간 검색 서비스에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대 검색 엔진 업체 바이두도 다음달 챗GPT와 유사한 AI 챗봇을 공개할 계획이다.
국내에선 네이버와 카카오도 초거대 AI 모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올 상반기 고품질 검색 데이터와 기술을 접목한 '서치GPT'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네이버는 2040억개 파라미터를 보유한 세계 최대 한국어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를 2021년 5월 선보인 바 있다. 같은해 카카오 역시 60억개의 파라미터 기반의 AI 언어모델 'KoGPT'를 내놓았다. AI모델 시아(SIA)를 통해 작성한 시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전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킨 챗GPT로 AI 시장은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세계 AI 시장 규모는 2027년까지 연평균 36.2% 증가해 현재 869억달러(약 107조원) 규모에서 4070억달러(약 501조원)로 약 5배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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