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죄질이 불량하고 입시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해 죄책이 무겁다”고 질타했지만 조 전 장관은 “혐의 8∼9건 정도가 무죄 판단을 받은 점에 대해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검찰이 적용한 12개 혐의 중 8~9개가 무혐의인 게 아니라 사모펀드 관련 혐의 등 일부가 무죄로 판단된 것을 부풀린 것이다. 국립 서울대 교수이자 법학자이며 청와대 수석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그의 양식과 사고방식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하긴 검찰이 징역 5년을 구형한 결심공판에선 “검찰과 언론의 무차별 공격으로 하루하루가 생지옥 같았다”며 남 탓하기에 바빴으니 진심 어린 반성을 기대하는 게 무리였을지도 모르겠다.
이른바 ‘조국 사태’가 남긴 상처는 크고도 깊다. 그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둘러싸고 정치권은 물론 온나라가 지지층과 반대층으로 양분돼 극단적인 진영 대결이 펼쳐지면서 감정의 골이 파일 대로 패였다. 수사를 총지휘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공격과 탄압은 정치 경력이 전혀 없는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을 정도다. 평소 양심적 진보 지식인을 자처했던 조 전 장관과 그 가족의 몰양심한 행태는 ‘내로남불’의 전형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조 전 장관은 항소해서 더 다투겠다고 했지만 크게 달라질 것은 없어 보인다. 입시비리와 관련해 정 전 교수는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았고, 주변 인물들까지 이미 실형을 선고받았다. 교수·고위공직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자녀에게 온갖 스펙을 만들어주고 온라인 시험문제까지 대신 풀어주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무능함을 한탄해야 했던 평범한 부모들의 상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라도 자신이 피해자인 양하지 말고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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