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사진)이 3년 넘게 이어진 재판에서 청탁금지법 등 대다수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으나, 법정구속은 피했다. 함께 기소된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도 아들 입시비리 혐의가 모두 인정돼 징역 1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자녀 허위 인턴십 확인서 발급”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1부(부장판사 마성영 김정곤 장용범)는 3일 업무방해와 청탁금지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600만원을 추징하라고 명령했다. 2019년 12월 31일 기소된 지 3년여 만이다. 조 전 장관은 형이 최종 확정된 이후에 수감된다.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아들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인턴십 확인서 발급 △조지워싱턴대 ‘대리시험’ 등의 혐의와 딸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인턴십 확인서 발급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장 명의 허위 체험활동확인서 발급 △동양대 총장 명의 허위 최우수봉사상 표창장 발급 등 대부분의 혐의에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명의로 발급된 인턴활동확인서에 대해서는 배우자인 정 전 교수의 혐의만 인정했다. 최 의원과 정 전 교수가 공모해 벌인 일인 만큼 조 전 장관의 책임을 물을 순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조 전 장관이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조 전 장관의 딸이 부산대 의전원을 재학할 당시,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은 조 전 장관 딸의 장학금 명목으로 총 600만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장학금 지급 절차를 정상적으로 거치지 않고 임의로 지급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위와 같은 사실이 민정수석의 직무와 관련이 없는 금품 수수라며 뇌물죄 혐의에 대해서는 부정했으나 청탁금지법에는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노 원장도 이날 청탁금지법 위반이 인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아들의 입시비리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정 전 교수도 이날 징역 1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그는 앞서 딸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재판부는 정 전 교수가 코링크PE 차명 취득을 숨길 목적으로 공직자 재산신고를 허위로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했다.
유재수 감찰 무마도 유죄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 외에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혐의(직권남용 등)로도 기소됐다. 2017년 8~11월 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던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의혹과 관련한 청와대 특별감찰을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과 함께 무마해줬다는 것이다. 이날 법원은 두 사건을 병합해 선고하며, 이와 같은 조 전 장관의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감찰과 관련한 조 전 장관의 지휘 감독권 행사는 정치권 인사들의 구명청탁을 들어주기 위한 동기”였다며 직권남용을 인정했다. 감찰무마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백 전 비서관은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구속되진 않았다. 박 전 비서관은 무죄를 선고받았다.다만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사모펀드 논란과 관련한 △공직자윤리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증거위조교사 혐의와 수사과정에서 불거진 △동양대 PC 관련 증거 은닉교사 혐의 등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조 전 장관 등 피고인들은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조사가 완료돼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사회적 유대관계에 비춰볼 때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법정구속은 피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선고 이후 “유죄 판결이 난 부분에 항소해 더욱 성실히 다투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검찰 역시 무죄가 난 부분에 대해 항소할 방침이다. 그 외에도 조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당시 공공기관 임원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혐의와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불법적 감찰권한을 동원했다는 혐의 등으로 검찰의 추가 수사를 받고 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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