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공에 나타난 중국의 정찰용 무인 풍선으로 의심되는 비행체를 두고 미국인들의 분노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급기야 미국 경찰이 시민들에게 비행체를 발견해도 총을 쏘지 말아 달라며 당부하고 나섰다.
3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州) 가스토니아 경찰은 페이스북에 "만약 악명 높은 중국의 '기상 관측 풍선'이 가스토니아 상공을 지나가더라도 경찰에 신고하거나 이를 겨냥해 총을 쏘지 말라"는 글을 게재했다.
전날 미국에서는 중국 정찰풍선으로 추정되는 비행체가 나타나 본토 상공을 휘젓고 다녀 미국 당국이 격추를 검토하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은 자국 비행체의 미국 진입을 인정하면서도 '이는 기상 관측에 주로 쓰이는 민수용 비행선'이라고 주장했다.
가스토니아 경찰국은 "우리는 18㎞ 고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응할 능력이 없으며, 법 집행 기관은 우리가 이 일에 관여하지 않기를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비행체를 떨어뜨리려고 이를 권총으로 쏘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덧붙였다.
CNN방송의 한 기상학자는 3일 저녁 풍향을 고려하면 이 비행체가 24시간 안에 노스캐롤라이나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스토니아는 전날 해당 비행체가 처음 목격된 몬태나주에서 약 3000㎞ 떨어져 있다.
경찰의 이같은 당부는 중국 풍선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국민이 이번 사건에 분노하면서 안보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몬태나주 빌링스 시장 빌 콜은 "나는 전문가가 아니지만 왜 정부가 그걸 격추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콜 시장은 "몬태나주 인구밀도는 겨우 1제곱마일에 7명꼴이고 누가 잔해에 맞을 확률은 파워볼(천문학적 액수가 걸리는 복권) 당첨 가능성보다 낮다"며 "사람보다 2배 많은 소가 훨씬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해당 풍선이 군사적 혹은 정치적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면서 안전을 고려한다며 풍선을 격추하는 등 직접 물리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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