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법 규율 내 토큰 증권 발행(STO)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토큰 증권(Security Token) 발행, 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정비 방안은 법 위반 가능성 방지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디지털자산 증권 여부 판단 원칙, 적용례를 제시하고, 제도 개선을 통해 토큰 증권이 제대로 발행·유통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정책 방향을 미리 안내하기 위해 마련됐다.
증권 제도라는 측면에서 실물 증권, 전자 증권에 이어 새로운 형태로 발행되는 증권이라는 점에서 명칭을 '토큰 증권'이라고 정리한 것이다.
토큰 증권도 본질은 자본시장법상 규율 대상인 '증권'이기 때문에 발행 형태가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발행 형태를 적용해 디지털화 됐다 하더라도 규율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
금융위는 "증권을 음식, 발행 형태를 그릇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어떤 그릇에 담겨 있더라도 음식이 바뀌지 않는 것처럼, 발행 형태가 달라진다고 증권이라는 본질이 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무 그릇이나 음식을 담는 데 사용할 수는 없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일정한 법적 효력과 요건을 갖춘 발행 형태가 요구되어야 하며, 증권의 형태에 따라 비정형적 증권의 소액 발행 등에 적합한 새로운 발행 형태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즉, 토큰 증권의 발행·유통을 허용해 최근 출현한 다양한 권리의 증권화를 지원하고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기존 증권의 발행과 거래도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개선하겠다는 의미다.
반면 증권이 아닌 디지털자산은 자본시장법상 증권 규제가 적용되지 않으며, 현재 국회에서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디지털자산 기본법에 따라 규율 체계가 마련될 예정이다.
그런 이유로 최근 발행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조각 투자 등 투자계약증권, 비금전 신탁 수익증권들이 자본시장법상 유통 제도의 부재로 제도권 내 거래가 어려웠다.
금융위는 이번 STO 허용을 통해 '새로운 수요 수용'과 '투자자 보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자 했다. 증권사 등 금융기관 중심의 전자증권 제도 내 발행이 어려웠던 다양한 권리를 증권화하고,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다는 토큰 증권의 혁신성을 수용하면서도, 정보 비대칭, 시장 질서 확립을 통한 투자자 보호 등 증권 규제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분산원장 요건을 충족하는 토큰 증권을 전자증권법상 증권의 디지털화(전자 등록) 방식으로 수용할 계획이다. 즉, 분산원장 기술을 증권의 권리 발생·변경·소멸에 관한 정보를 기재하는 법상 공부(公簿)의 기재 방식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런 요건을 충족하는 분산원장을 바탕으로 발행된 토큰 증권은 기존 전자 증권과 동일하게 권리 추정력과 제3자 대항력 등 전자증권법상 투자자 보호 장치가 적용된다.
또한 일정한 요건을 갖춘 발행인들은 직접 발행한 증권의 권리 내용과 권리자 등에 대한 정보를 분산원장에 기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즉, 요건을 갖춘 발행인들은 직접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이 되어 증권사 등을 통하지 않고도 직접 토큰 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 것이다.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의 요건은 법상 공부를 기재·관리하는 자에게 필요한 신뢰성, 전문성, 안정성 등을 고려해 결정할 계획이다. 요건을 갖추지 못한 발행인의 경우에도 기존 전자 증권 발행과 동일하게 증권사 등을 통해 토큰 증권을 발행할 수 있다.
또한 지난 19년 10월 발표한 '사모 및 소액 공모 제도 개편방안'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다양한 권리를 토큰 증권으로 발행할 때도 소액 공모 제도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투자계약증권과 수익증권(비금전 신탁)의 다자간 상대매매를 중개할 수 있는 '장외거래중개업 인가'도 신설한다. 장외거래중개업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자기자본 및 물적·인적·대주주·임원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거래 종목 진입·퇴출, 투자자 정보제공, 불량회원 제재, 이상 거래 적출 등에 대한 업무 기준도 심사받아야 한다.
전반적으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요건과 중요정보 공시를 적용하되, 시장 특성을 감안해 기존 시장보다는 완화된 수준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4월 '조각 투자 가이드라인'을 통해 제시한 기본 원칙을 토큰 증권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증권인지에 대한 여부는 구체적 사실관계와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권리의 실질적 내용을 기준으로 개별 사안으로 판단할 전망이다.
만약 증권 여부를 검토·판단해 토큰 증권에 해당할 경우 증권 규제를 준수할 책임은 토큰 증권을 발행, 유통, 취급하려는 당사자에게 있다. 이는 기업이 발행하는 것이 주식 인지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고 공시 등 자본시장법상 의무를 이행하는 것과 같은 원리로 적용된다.
해외에서 발행된 경우에도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권유하는 등 그 효과가 국내에 미치는 경우, 우리 자본시장법이 적용된다. 자본시장법을 의도적으로 우회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증권 규제의 취지와 투자자 보호 필요성 등을 감안해 적극적으로 해석·적용한다.
따라서, 현재 국내에서 공모 발행됐거나, 시중에서 거래되고 있는 디지털자산이 증권으로 판명될 경우, 발행인 등은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제재 대상이 된다.
향후 증권 여부 판단에 대한 적용례, 판례 등이 축적될 경우, 토큰 증권 가이드라인에 반영해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 중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제도화를 추진할 예정이며, 만약 법 개정 전 혁신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투자계약증권의 유통과 수익증권의 발행·유통 방안을 테스트할 계획이다.
또한, 금융위는 장외거래중개업 인가 등 신설되는 각종 인가의 세부 요건은 향후 하위법령 개정 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추가 수렴해 확정하고, 디지털자산 제도 마련을 위해 국회 입법 논의에도 적극 참여해 디지털자산 시장 전반의 규율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영민 블루밍비트 기자 20min@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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