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각종 수수료를 감면하고 대출 금리를 낮추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금리가 상승하고 대출이 급증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은 국방보다도 중요한 공공재"라고 강조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은행은 오는 10일부터 시중은행 최초로 만 60세 이상 고객의 창구 송금 수수료 전액을 면제한다고 5일 발표했다. 창구 송금수수료는 송금액에 따라 건당 600∼3000원 수준이다. 이번 조치를 통해 혜택을 받는 고객은 약 25만명으로 추정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온라인 금융업무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 고객들이 부담 없이 은행을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1월 시중은행 최초로 모바일 뱅킹 앱 '뉴쏠(New SOL)'과 인터넷뱅킹에서 타행 이체 수수료, 타행 자동 이체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기도 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내정자와 한용구 신임 은행장의 '고객 중심' 경영철학을 반영한 결정이었다. 이후 국민 하나 우리 농협 등 다른 은행들도 비대면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은행들이 감면에 나선 것은 이체 수수료뿐만이 아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은 지난해 말 취약 차주의 중도 상환 수수료를 1년간 면제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대출 금리도 앞다퉈 낮추고 있다. 지난 3일 기준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4.950∼6.890% 수준이다. 한 달 전(1월 6일·연 5.080∼8.110%)보다 상단이 0.130%포인트, 하단이 1.220%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0.050%포인트(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낮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은행의 변동금리 낙폭은 하단(-0.130%포인트)이 약 3배, 상단(-1.220%포인트)은 약 24배에 달한다.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연 4.130∼6.640%)와 신용대출 금리(은행채 1년물 기준·연 5.150∼6.260%)도 한 달 새 상단과 하단이 0.506∼0.690%포인트 떨어졌다. 마찬가지로 은행들의 대출 금리 내림 폭이 시장금리 하락 폭을 넘어섰다.
은행들의 이런 행보는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압박이 영향을 준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임원 회의에서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