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의 노동개혁은 고용노동부 자료에 의하면 여러 가지 과제를 포함하고 있고 아직 구체적인 입법안도 마련되지 않은 초기 단계에 있다. 그러나 언론에 자주 보도되는 주요 과제는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 제고와 불법한 관행 개선, 근로시간 탄력적 운영, 직무 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원·하청 이중구조 개선, 파견제도 선진화 등이다. 이 중에서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 제고와 불법한 관행 개선은 상식적이고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회비를 받아 운영되는 기관의 회계 처리가 불투명하다면 이 기관에 대한 신뢰는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노동조합이 조직력을 등에 업고 노동조합 가입을 강요한다거나 비노조원을 탄압하는 행위는 국민의 공분을 자아낸다. 이러한 노동조합이 있다면 반드시 제재받아야 한다.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 제고와 불법한 관행 개선을 제외한 기타 과제는 큰 시각에서 보면 노동시장 유연성과 관련돼 있고, 입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라는 것은 쉽게 이야기하면 노동자가 어떤 사용자를 위해 일할 때 고용조건, 근무조건, 퇴사, 해고 등에 정부가 간여하는 정도다. 간여하는 정도가 낮을수록 노동시장 유연성이 높다. 물론 노동시장이 100% 유연한 나라는 선진국 중에는 없고, 정부의 간여는 어디에나 있는 편이다.
민주화 이후 많은 정부가 노동시장 유연성 관련 정책 변화를 시도했으나 오직 김대중 정부만이 입법에 성공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고용 경직성 완화, 근로 형태 다양화, 해고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시도했으나 결국 입법에 실패했다. 박근혜 정부도 노동시장 이중구조(좋은 일자리와 나쁜 일자리로 구분되는 두 개의 노동시장) 개선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시도했으나 역시 입법에 실패했다. 노동시장 유연성이 장기적으로 국민 경제에 좋다는 인식하에 이를 추진했는데 왜 실패했을까? 노동조합과 야당의 반대는 피상적 이유다. 근본적으로는 대다수의 근로자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가 가져올 국민 경제 혜택보다 이것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근무지에서의 경쟁, 해고, 전직 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청년들의 수가 이를 반증한다.
경제전문가들은 노동시장 유연성이 국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할까? 이에 대한 연구는 사실 많지 않지만, 몇몇 연구에서 밝혀진 바는 노동유연성이 높을수록 실업률이 낮고 노동참여율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청년과 여성에게 높은 노동유연성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필자가 계산한 바에 의해도 지난 20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의 평균 실업률과 노동경직성 지표 간 상관계수는 0.33으로 양의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이것이 1에 가까울수록 두 변수는 같은 방향으로, -1에 가까울수록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즉, 노동유연성이 높을수록 평균적으로 실업률이 낮은 것이다. 물론 실업률은 기타 여러 경제 변수에도 의존하나, 이러한 일련의 결과는 고용에 따른 제도적 부담이 작을수록 고용이 증가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확실하지 않지만,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안에 있는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노력 정도는 전임 보수 정권에 비하면 낮아 보인다. 고용 경직성 완화나 해고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아마도 전임 보수 정부들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고 실행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자 하는 의도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기술 발전, 고령화, 저성장이 가져올 새로운 노동환경 아래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더욱 큰 중요성을 가진다. 노동시장 유연성이 고용을 늘리는 유용한 측면이 분명히 있는 만큼, 윤석열 정부가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과 함께 계획한 노동개혁안을 앞으로 남은 기간 착실히 수행한다면 궁극적으로 노동 개혁에 성공한 정부로 기록될 것이다. 그럴 경우 장기적으로 국민 경제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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