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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도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경영에 간섭하는 사례가 최근 증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기 침체 우려로 부풀려진 비용 등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4일(현지시간) WSJ에 따르면 지난해 행동주의 펀드 한 곳 이상의 표적이 된 미국 기업은 모두 17곳이었다. 2020년 7곳, 2021년 9곳에 비해 크게 늘었다.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제안 등을 통해 캠페인을 벌인 사례는 지난해 511건으로 집계됐다. 전년(462건) 대비 10%가량 증가했다.
최근 행동주의 표적이 된 대표적인 기업은 인도 아다니그룹이다. 힌덴버그는 아다니토털가스, 아다니그린에너지 등 아다니그룹의 주요 상장사가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탈세와 분식회계 등을 일삼는다는 보고서를 지난달 발표했다. 이후 아시아 최고 부자로 꼽혔던 고탐 아다니 회장이 이끄는 아다니그룹 계열사들은 주가가 급락했다. 아다니의 10개 계열사 전체 시가총액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1080억달러(약 135조원) 증발했다.
월트디즈니도 행동주의 투자자인 넬슨 펠츠의 타깃이 됐다. 펠츠는 2019년 영화 스튜디오인 21세기 폭스를 무리하게 인수해 디즈니 주주 가치가 훼손됐다고 주장하며 디즈니 이사 자리를 요구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등 스트리밍 사업 투자액이 과도하다고도 지적했다. 펠츠는 자신이 창업한 행동주의 투자펀드 트라이언펀드를 통해 최근 수개월간 10억달러 상당의 디즈니 주식을 사들여 지분 0.5%(940만 주)를 확보했다.
세계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 제공업체 세일즈포스에는 다수의 행동주의 펀드가 들어왔다. 미국의 대표적인 행동주의 헤지펀드 운용사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세일즈포스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했다. 이외 스타보드밸류와 밸류액트캐피털도 지분을 사들였다. WSJ는 “최근 주가 하락으로 행동주의 펀드들이 디즈니나 세일즈포스 같은 대기업 지분을 확보하기가 쉬워졌다”고 분석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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