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지금 2023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다면 작년에 내놨던 1.6%보다 더 높은 수치를 제시했을 겁니다.”(경제부처 고위 관료)
“공식 뷰(입장)는 아니지만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대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고 봅니다.”(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정부와 민간에서 조심스럽게 ‘경기 바닥론’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올해 1%대 중반 성장도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많았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지난해 성장률(2.6%)에 비해선 경기 하강이 불가피하지만 하락폭이 당초 우려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물론 아직 낙관하긴 이르다는 반론도 많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경제에 대한 비관론 일색에서 조금씩 낙관론이 스멀스멀 나오기 시작했다”며 “최근 국내 지표도 조금씩 나아지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4%를 기록했지만, 올 1분기에는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도 지난 1일 “올해 경제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래도 조금은 반등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했다.
주원 실장 역시 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연구원의 올해 공식 예상치는 1.8%지만 이건 가장 비관적으로 본 것”이라며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본격화하고 가계·기업 부채가 안정적으로 관리되면 2%대 초반 성장도 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바닥론’을 제기하는 이들은 우선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이 사실상 일단락됐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Fed가 연내 한두 차례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수 있지만 이제 ‘금리 인상 사이클의 끝이 보인다’는 게 시장 분위기다.
중국의 리오프닝도 한국 경제엔 호재다. 올 1월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만에 기준선(50)보다 높은 50.1을 기록했다. PMI가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심리가 크다는 의미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4%에서 5.2%로 높였다. 중국 경제 회복은 최대 교역국인 한국에 호재가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1년 넘게 계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선 “이미 경제지표에 다 반영된 변수”라는 분석이 많다. 원자재 가격이 지금보다 더 오르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물가 급등 요인이 되긴 어렵고,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유럽 상황도 최악을 벗어났다는 평가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1월 경기예측지수가 16.9로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플러스로 돌아섰다. 당초 시장이 우려했던 ‘유럽 에너지 대란’도 예상보다 따뜻한 겨울 날씨 덕에 발생하지 않았다.
한국 증시가 지난달 예상 밖 ‘1월 랠리’를 펼친 것도 경기 바닥론이 선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4800억원치를 순매수했다. 2013년 9월(7조6361억원)에 이어 사상 두 번째 규모다.
IMF가 지난달 31일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3개월 전에 비해 0.2%포인트 높이면서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0.3%포인트 낮춘 것도 불안 심리를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 내에 이미 바닥을 쳤다는 의견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라는 목소리도 나오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도병욱/황정환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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