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이란과 손잡고 이란이 설계한 드론(무인기)을 자국에서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최소 6000대 이상의 자폭 드론을 제작해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할 방침이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정부 고위급 대표단이 지난달 초 러시아의 드론 공장 예정지를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대표단이 방문한 곳은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600마일(966㎞) 떨어진 옐라부가다.
사찰단에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의 압돌라 메흐라비 장군과 이란의 대표 드론 생산업체인 쿼드에비에이션의 가샴 다반디안 최고경영자(CEO)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백악관 관계자는 WSJ에 "이란과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국방 협력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테헤란에 전투기를 보내 줄 심산으로 훈련 프로그램을 보내줬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이란은 협업을 통해 최소 6000대 이상 드론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란이 설계한 드론을 러시아가 그대로 제작하는 식이다. 신축한 공장에선 신형 드론을 생산한다. 이전까지 러시아군은 이란산(産) 드론인 ‘샤헤드-136’을 사용했다. 폭탄을 싣고 목표지점에 추락하는 식으로 우크라이나를 공습했다.
하지만 비행 고도가 낮고 소음이 커 우크라이나 방공망에 격추되기 십상이었다. 이란은 이를 개선한 신형 샤헤드-136을 설계한다. 엔진을 개량해 더 먼 거리를 빠르게 타격할 수 있는 드론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지금까지 540여대 이상 샤헤드-136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드론과 방공 미사일을 맞교환 하는 게 전력 증강에 도움이 안 된다는 분석이다. 샤헤드-136 한 대당 가격은 1만 달러(약 1250만원) 수준이다. 한 발에 50만달러가 드는 방공 미사일에 비해 저렴하다. 드론을 격추하더라도 방위비를 방어하는 쪽이 50배 이상 쓰는 셈이다.
아직 생산기지 착공이 되지 않아 전황에 직접적인 영향은 당분간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러시아와 이란이 밀월관계를 구축하며 병력 증강이 수월해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노획한 서방국가 무기를 이란에 보내 '역설계'를 시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이란이 러시아에 탄도미사일을 제공할 계획도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란은 사거리가 각각 290㎞와 692㎞의 탄도미사일을 공급할 계획을 밝혔다. 미국은 지속적으로 이란에 미사일을 제공하지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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