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안전판' HMM 휘청…환율 1300원선 치솟나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입력 2023-02-06 10:52   수정 2023-02-06 11:01



HMM 대한항공 등은 지난해 한국의 '달러 효자' 역할을 했다. 이들 항공·해운사 벌어들인 달러수익(운송수지)은 상품수지(상품수출에서 상품수입을 뺀 금액)를 웃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 해상운송 수입이 급감하면서 운송수지도 휘청이고 있다. 해운사 실적이 훼손되면서 경상수지 적자폭이 커지고 원·달러 환율도 1300원 선을 재차 돌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3일에 1006.89를 기록해 전주와 비교해 22.86포인트 내렸다. 1000선을 밑돌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역대 최대치인 작년 1월 7일(5109.6)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해상운임 추락으로 HMM과 팬오션, 대한해운 등 국내 주요 해운 업체들의 외화 운송료 수입도 줄어들 전망이다. HMM의 지난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9조8623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9198억원으로 추산됐다.

HMM을 비롯한 해운사의 나빠진 실적은 운송수지(운송 수입에서 운송지출을 뺀 금액)를 훼손할 전망이다. 운송수지는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항목으로 한국 항공사·해운사가 화물·인력을 운송하고 해외에서 받은 운송료 순수익을 말한다. 지난해 해운사가 경상수지 안전판 역할을 하면서 달러 가치를 방어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누적 운송수지 흑자는 167억3990만달러로 같은 기간 누적 경상수지(243억6990만달러)의 68%를 차지했다. 작년 제품 수출을 가리키는 상품수지(115억5110만달러)에 비해 경상수지에 더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해상운송료가 미끄러지면서 운송수지 흑자 폭도 큰 폭 줄어들고 있다. 작년 11월 운송수지는 4억7790만달러로 2020년 11월 후 최저치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72.1% 증발했다. SCFI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만큼 올들어 적자로 전환할 우려도 크다. 여기에 상품수지와 밀접한 무역수지는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무역적자는 126억9000만달러로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상품수지와 운송수지가 동시에 적자를 이어가면 경상수지 적자 폭은 더 크게 불어날 전망이다. 경상수지 적자는 달러가 국내에서 빠지는 상황으로 달러 수급 여건이 나빠지면서 환율을 밀어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운송수지 적자가 환율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날보다 18원10전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1247원 50전에 거래됐다. 미국 고용지표가 좋게 나오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인상에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여기에 국내 경상수지 적자와 달러 수급 여건이 겹칠 경우 환율을 밀어 올리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같은 변수가 현실화할 경우 환율이 재차 1300원 선을 뚫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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