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대통령 재집권한 브라질…광물 협력 전략적 접근을

입력 2023-02-06 16:14   수정 2023-02-06 16:15

브라질 대통령은 ‘극한 직업’이다. 미·중·러 강대국과 비견할 국토·인구·자원을 가졌지만, 정치 여건이 열악하다. 미국은 민주·공화 양당이, 중국은 공산당이, 러시아는 푸틴이 정권을 분점하거나 지배한다. 극단적 다당제인 브라질에선 24개 정당이 상·하원 의석을 나눠 가진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몸담은 여당은 상원 81석 중 9석, 하원 513석 중 69석에 불과하고 제1당도 상원 15석, 하원 99석에 그친다. 개헌은 물론 주요 법안 처리를 위한 필요 의석 결집도 쉽지 않다. 주지사 당적도 주별로 제각각이라 연방정부 통치력은 더 제한적이다.

브라질 정치 지도자들은 ‘돈’과 ‘자리’로 합종연횡을 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식적이고 쉽게 드러나는 수단은 후자다. 룰라 신정부는 23개였던 정부 부처를 37개로 늘려 9개 정당을 내각에 참가시켰다. 가장 주목받던 경제부는 4개로 쪼개 최측근과 부통령, 대선 결선에서 룰라를 지지한 후보를 장관으로 임명했다. 민영화 중단을 선언한 국영기업도 정치적 동맹자로 채워지고 있다. 그러나 의회는 상·하원 모두 우파 우세 여소야대고, 1.8%에 불과한 대선 결선 득표 차에서 드러나듯 지지층과 반대층 대립은 팽팽하다.

룰라의 정치적 공간이 제한된 만큼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의 범위도 좁다. 시장과 어긋나는 정책은 중도층과 의회 지지를 얻기 어렵다. 급진적 변화를 기대하는 지지층에겐 실망스럽겠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정부 지출 확대는 시장 우려를 크게 넘기 어렵다. 반면 복지 정책 중 새로운 시장과 이권을 창출할 수 있는 공공사업은 추진력을 얻기 쉽다.

우선 저소득층과 낙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원격 의료·원격 교육 사업이 떠오른다. 광대하고 단절된 지리적 특성상 공공 의료·교육 체계를 단기간 내 혁신할 명분과 장기적 예산 효율성까지 기대할 수 있다. 지역별로 다양한 정파들이 참여해 성과와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정치적 장점도 있다.

원격 의료·교육 사업은 한국과 궁합이 최상이다. 의료·교육·정보통신기술(ICT)은 브라질이 한국을 가장 높게 평가하는 분야다. 정작 한국에선 기득권과 부딪혀 세계 최고 인력과 기술, 경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지만, 브라질의 인구, 지리, 시장 여건을 충분히 활용하면 원격 의료·교육 사업을 한국에서보다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다. 브라질 연방·주 정부 모두 새로 출범한 올해가 선제적으로 공공사업을 제안하기 좋은 시기다.

국가 전략의 큰 틀에서 브라질과 협력해야 할 가장 중요한 분야는 공급망이다. 주목할 만한 경제 규모를 가진 국가 중 미국과 브라질처럼 무역 의존도가 낮고 식량, 핵심 자원 대부분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나라는 드물다. 브라질은 철광석, 니켈, 니오븀, 실리콘 메탈 같은 주요 광물 생산·수출국이다. 철광석은 호주와 함께 전 세계 수출 물량의 3분의 1씩을 차지한다. 희토류 매장량은 세계 3위다. 브라질은 미국과 함께 대두, 옥수수 등 세계 식량 공급망도 주도하고 있다.

브라질은 자원을 무기화하거나 공급 부족 원자재 수출을 통제하는 일부 국가와 달리 교역에 개방적이고 진영 간 대립에서 자유로운 비동맹 외교 중심 국가다. 중남미 최대 경제국으로 지역 경제 통합을 선도한 브라질은 룰라 재집권과 함께 ‘핑크 타이드’까지 이룸으로써 명실상부한 중남미 교역 거점이 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이 경제성 있는 공급망 진출 사업을 냉철히 판단하고 정부가 이를 과감히 지원할 때 브라질은 공급망 이슈의 활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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