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선수 손흥민(토트넘)이 결별한 에이전트와의 법적 분쟁 1심에서 사실상 이겼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김성원 부장판사)는 이달 1일 주식회사 아이씨엠스텔라코리아(구 스포츠유나이티드·아이씨엠)가 손흥민의 부친 손웅정 씨가 운영하는 주식회사 손앤풋볼리미티드를 상대로 낸 정산금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일부만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손앤풋볼리미티드가 아이씨엠에 광고 계약 정산금 2억4767만원을 지급하되, 아이씨엠 측이 요구한 손해배상금 18억2000여만원 등은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지난 2019년 11월 손흥민은 "더는 신뢰 관계가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며 아이씨엠 대표 장모씨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장씨는 2008년 손흥민의 독일 유학을 도우며 인연을 맺은 이후 10여 년간 국내 활동을 대리했다. 그러나 장씨가 2019년 회사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핵심은 장씨에게 손흥민의 '독점 에이전트 계약'이 있는지 여부였다. 장씨는 자신의 회사와 손흥민, 손앤풋볼리미티드 사이에 유효한 독점 에이전트 계약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정산되지 않은 광고 대금과 일방적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 배상까지 요구했다. 이에 대해 손흥민 측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법인 매각 계약에 동의한 바도 없고, 관여할 권한도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손흥민의 손을 들었줬다. 재판부는 '3개 부분으로 구분되는 서명의 3분의 1은 진짜와 유사하지만 나머지 3분의 2가 부자연스럽다'는 필적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타인이 손흥민과 손웅정 씨의 서명을 모방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독점 에이전트 계약서의 성립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아이씨엠이 손흥민에게 국내·외 생활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광고 대금의 10%를 보수로 받는 '위임계약 내지 위임 유사 계약이 포함된 혼합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간주할 수는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 또한 장씨가 손흥민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협의 없이 회사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양측의 신뢰 관계가 깨졌으므로 계약 해지가 적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계약 해지 시점을 기준으로 정산되지 않은 광고 대금만 손흥민 측이 지급하도록 하되 장씨 측의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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