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건설업체는 타워크레인 기사 A씨가 요구한 600만원의 월례비를 거절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A씨는 이미 하도급 장비업체와 월 380만원의 근로계약을 맺었으나 건설사에 월례비 600만원을 월급처럼 요구했다. 월례비는 타워크레인 기사가 소득세를 줄이기 위해 가족을 유령근로자로 등록하고 요구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A씨가 태업으로 공사 기간을 지연시키자 건설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월례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건설노조의 불법행위가 도를 넘어서면서 건설산업 기반 자체를 무너뜨린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가 '건설노조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건설업계 총궐기대회'를 열고 건설인 1000여명이 한목소리를 낸 배경이다.
총궐기대회에 참가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는 단순 이권 투쟁을 넘어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며 "그로 인한 피해는 결국 분양가 상승, 입주 지연, 안전 위협 등으로 이어져 국민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간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그동안 건설노조가 자기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거나 노조 전임비, 타워크레인 월례비 등의 금품을 요구해 왔다고 토로했다. 이를 관철하기 위해 건설 현장을 방해하며 건설사를 괴롭혀 왔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B건설노조는 3000가구 아파트 공사 착수 전 자기조합원 채용을 강요하면서 이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보복하겠다고 협박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건설노조는 현장 입구를 봉쇄했다. 작업을 방해하면서 현장 직원을 협박하는 등 폭력행사로 대응했다.
건설업계에선 공사 물량 할당과 업체 선정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권 카르텔이 노골화되고 있어 그 수위가 도를 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상수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은 "건설노조 불법행위를 뿌리뽑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노조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라며 "배상금을 받아 낼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조 불법행위로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서 공사 기간을 만회하기 위해 무리한 작업이 유발된다"며 "안전사고의 주범이 된 경우에는 근로자 과실만큼 상계해 사업주 책임을 묻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덧붙였다.
이날 궐기대회에 참석한 건설인 1000여명은 건설노조 불법행위를 신고하고 조사하는데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건설노조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결의서'를 내고 국회와 정부에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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