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프랑스 정부가 절충안을 제시했다. 당초 연금 수령 시점인 정년퇴직 연령을 현행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높이려 했지만 시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다. 20대 초반부터 일하기 시작한 사람들에 한해 정년퇴직 연령을 63세로 1년만 연장하는 내용이 검토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보른 프랑스 총리는 이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의회가 받아들인다면 20~21세에 일을 시작한 사람들은 63세에 은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내용의 타협안은 6일 하원에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른 총리는 "은퇴 연령을 63세로 허용하는 안은 연간 3만 명에 영향을 미치고 6~10억유로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정부와 의회는 2030년까지 연금 고갈을 피할 수 있도록 자금을 조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연금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년퇴직 연령을 단계적으로 늦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 노조 반발과 코로나19 사태로 좌초된 연금 개혁을 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마크롱표 개혁안의 핵심은 정년퇴직 연령을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올리고, 연금 100% 수령을 위한 근속 연수를 현행 42년에서 43년으로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프랑스인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지난달 31일 프랑스 파리를 비롯한 250여개 지역에서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오는 7일에도 대규모 집회가 예정됐다. 마크롱 정부가 일터에 일찍 뛰어든 일부 근로자에 한해 정년퇴직 연령을 1년만 늦추는 방안을 꺼내든 이유다.
여소야대인 상황도 마크롱 정부가 타협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배경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 연합이 다수당 지위를 잃은 탓에 연금개혁에 성공하기 위해선 보수 성향인 공화당의 표가 필요하다. 마크롱 정부는 하원 표결 없이 헌법 특별 조항을 통해 연금개혁안을 처리할 수 있으나 이는 역풍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타협안이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을 설득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피에르 앙리 뒤몽 공화당 부대표는 이날 "양보안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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