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자국 해안 상공에서 격추한 중국의 정찰풍선 잔해를 수거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중국의 주장대로 기상관측용이었는지, 아니면 미국의 의심대로 군사정보수집 목적이었는지가 조만간 드러날 전망이다. 미국 내에선 벌써부터 추가 대중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국방부는 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전날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해안 상공에서 격추한 중국의 정찰풍선 잔해를 수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군함과 잠수병 등이 수색 작업에 동원됐다.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정찰풍선이 비교적 수심이 얕은 곳에서 격추됐기 때문에 복구 작업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미국 정부는 정밀 사진 촬영장비가 정찰풍선 잔해에서 나오는지 들여다 볼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기상관측을 위한 민간 정찰풍선이 통제력을 잃고 미국 영공에 흘러들어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군사정보수집 목적으로 보고 있다. 이 풍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격납고가 있는 공군기지 상공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정찰풍선에 미국이나 다른 동맹국의 기술이 적용됐는지도 면밀히 살펴볼 방침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중국에 대한 제재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미국에선 공화당을 중심으로 대중 기술 수출 통제를 부과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일각에서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는 만큼 대중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방중 계획을 취소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강경한 메시지를 가지고 중국 방문을 재추진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주중미국대사관에 격추에 대해 항의하며 반발을 이어갔다. 일각에선 중국이 이번 사건으로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미국 등 다른 나라와 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버라 오바마 행정부에서 아시아태평양 정책 담당 대통령 특별보좌관을 지낸 에번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NYT에 "중국의 지정학적 운신의 폭이 매우 좁다"며 "들켜버렸는데 갈 곳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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